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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허진호 감독 "어느 순간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 궁금했다" [MD인터뷰①]
19-12-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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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허진호 감독이라 달랐다. 수많은 업적을 세운 역사 속 두 위인 세종과 장영실을 두고 눈부신 업적과 의미 있는 기록 대신, 인간적인 감정을 이야기한다. 애틋하고 다정하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을 통해 발휘됐던 섬세한 강점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를 통해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발휘됐다.

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세종에게 발탁된 뒤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냈지만 '안여사건'(세종 24년 장영실이 만든 안여가 허물어져 장영실이 국문을 받은 일) 이후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진 장영실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1993년 한국영화 아카데미 졸업작품 '고철을 위하여'로 밴쿠버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일찍이 능력을 인정받았던 허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로 화려하게 정식 데뷔한 뒤 이후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는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 황정민, 임수정 주연의 '행복' 등으로 멜로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복잡다단한 심리와 감정들을 예리하게 포착, 세심하게 연출해낸 덕이다.


이번에도 허 감독은 조선시대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낸 세종과 장영실에 눈을 돌려 두 사람의 감정을 끈기 있게 관찰했다. 허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두 천재는 한없이 어린 아이 같아서 새롭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만났던 예민한 세종대왕 대신, 같은 꿈을 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영실을 곁에 둔 과감하고 인자한 세종의 모습이 담겼고 이런 세종에게 무한한 충성심을 보이며 오롯이 그의 곁에 머무르고 싶은 순수한 장영실이 그려졌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허 감독은 '천문'을 연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안여 사건' 이후 왜 역사에서 장영실이 사라졌는지는 역사학자들도 질문을 던져왔다. 유시민 작가도 돌아가서 세종을 만나고 싶다고 할 정도다. 세종은 신하들을 내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조말생(허준호)이라는 사람이 큰 잘못을 해도 버리지 않은 사람이다. 특히 장영실은 내관처럼 가까이 뒀다는데, 왜 사라졌는지 궁금했다"라고 밝혔다.

"자격루 발명 당시 아라비아, 중국, 조선 세 나라만이 만들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정말 대단한 일이고, 세종이 좋아했다는데도 장영실이 역사에서 사라졌죠. '세종이 장영실을 버린 건가', '용도가 다 끝난 걸까'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어요. 다만 그건 아닐 것 같고, 영화적인 상상을 발휘했어요. '천문'은 실제로 있었던 일들에서 유추해 표현한 거예요."


극중 장영실의 천재성을 알아본 세종은 그를 자신의 곁에 두기 시작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백성을 위한 마음'이란 하나의 꿈을 꾸며 깊은 우정을 나눈다. 얽히고설킨 사대부들의 정치 싸움 등도 이들의 행동과 연결이 된다. 다만 너무도 애틋한 탓에, 멜로가 연상된다는 평도 있었다.

이러한 반응에 허 감독은 "'나는 너의 벗이다'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며 "세종은 장영실을 친구처럼 생각했고, 장영실은 그런 세종에게 감동한다. '브로맨스'를 의도하지 않았다. 찍으면서도 '둘이 너무 친한 거 아니야?'라고 농담은 했지만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다. 한석규와 최민식이 가진 개인적인 친분에서 나온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함께 누워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장영실과 세종이 진정한 벗으로 발전하는 명장면이다. 장영실은 제일 큰 북극성을 왕의 별, 세종의 별이라 칭하고 세종은 그 옆에 있는 별이 장영실이라고 표현해 장영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허 감독은 해당 장면에 대해 "원래는 걸어가면서 하늘을 보려고 했다. 굉장히 예쁜 장소를 섭외했었다. 청와대 뒷산 같은 느낌인데 개울가가 있다. 앉고 싶다고 하셔서 돌을 갖다놨는데 한석규 배우님이 눕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섭외한 공간 대신 그냥 근정전에 눕기로 했다. 그 곳이 일상적인 공간이라 설득력이 있었다. 그 때 '어렸을 때부터 별 보는 걸 좋아했다'라는 대사가 추가됐다"라고 밝혔다.

"장영실은 얼마나 감동적이겠어요. 출세라는 마음보다는, 왕의 마음을 느꼈겠죠. 백성을 위하는 이야기를 하니까요. 저도 그 장면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눕는 걸로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누우려고 하지' 싶었거든요.(웃음) '그냥 찍자!' 싶었는데 다들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세종과 장영실이 문풍지에 구멍을 뚫어 별을 보는 장면 비화도 밝혔다. 극중 장영실이 별을 보고 싶어 하는 세종을 위해, 문풍지를 검게 칠해 구멍을 뚫은 뒤 빛을 이용해 별이 가득한 하늘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장면이다. 허 감독은 "사실 구현이 쉽지 않았다. CG까지 생각했다"면서도 "장영실의 천재성이 일상에서도 발휘되길 바랐다. 그래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고, 그 결과 먹칠을 했다. 완성되고 나서 우리 스태프들도 모두 세종과 한석규와 같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허 감독은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를 확장시켜 한글 창제로도 연결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영화는 한글과 연결이 돼있다. 장영실이 갑인자라는 금속활자를 발명한 줄은 몰랐다. 검색해보니 그런 대단한 기술을 발명했더라"며 "고궁박물관에 계신 교수님과 천문 기술 전문가, 세종 관련 전문가 분에게 자문을 받았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다. 세종이 만든 금속활자체가 디자인적으로 굉장히 모던한데, 그걸 장영실이 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영화에 나온 글씨체 그대로다. 그 정도 디자인은 장영실이 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한글과 연결을 시켰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은 철저하게 거쳤다고 힘주어 말한 허 감독이다. 사극 영화가 겪는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한 염려보다는 경계가 중요했다. 상상력을 가져갔을 때 관객과 긍정적인 소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 어떻게 생각하실 지에 대한 생각 등이 중요했다. 이 정도로 가져가는 걸 허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창작자들이 가진 기준으로 만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도 "세트 구현은 전문가들에게 하나하나 자문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세트 구현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아서 상관이 없지만 천문의기, 간의대 등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웃음) 위도, 경도 등 너무 이과적인 이해였거든요. 시나리오를 써야 하니까 어려웠고, 알아야 쓰니 열심히 자문을 받았어요. 대신 안여 규모에 대한 기록은 없어서 크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 부분은 영화적인 상상력이에요. 이런 과정들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걸 또 배웠죠. 저도 막연하게 세종을 성군으로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의 기준을 세운 분이었어요. 노예 이야기도 굉장히 재밌어요. 노비에게도 100일의 출산휴가를 주는, 놀라운 사람이었어요."

한편,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 더해진 '천문'에는 최민식, 한석규를 비롯해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박성훈, 전여빈, 오광록 등이 앙상블을 이뤄 영화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26일 개봉.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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