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자충수에도 왕좌 오른 '퀸덤'…보이그룹 위주의 컴백쇼는 '글쎄' [연말결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K팝 대표 걸그룹 6팀이 왕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0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Mnet 걸그룹 경연 '퀸덤'을 통해서다.

왕좌에 오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사실 '퀸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꽤 날카로웠다. 뻔한 콘셉트라는 지적과 더불어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조작 시비로 신뢰도가 추락하던 시기와 맞물린 탓이다. '오디션 명가'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Mnet은 스스로 얼굴에 먹칠했고, '퀸덤'은 불똥이 튀어 애를 먹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첫 방송부터 놀라운 화제성으로 시선 끌기에 성공한 '퀸덤'은 방송 후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이목을 모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꾸준히 이슈가 됐다. 아울러 다수 무대 영상이 천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글로벌 인기를 누렸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무대 등이 인기몰이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악마의 편집 없이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깔끔한 연출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콘셉트의 굴레에서 벗어난 점도 주효했다. 청순의 대명사로 불리던 러블리즈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센스'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고, 섹시 하면 빼놓을 수 없었던 AOA는 '빨간 치마' 대신 블랙 슈트를 입고 좌중을 압도했다. 리더 지민은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라는 짤막한 랩으로 사회적 통념을 깼다.

'콘셉트 장인' 면모를 톡톡히 보여준 오마이걸은 지호의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에 힘입어 3회 만에 승전고를 울렸으며, 핫루키 (여자)아이들은 차별화된 음악을 통해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전소연은 '프로듀스 101', '언프리티 랩스타' 등 서바이벌 출신다운 노련미를 여실히 뽐내 이목을 모았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박봄은 오랜 공백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했다.

최종 우승을 거머쥔 마마무는 다양한 장르를 망라했다. 발라드, 댄스, 미디움 락 등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콘서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도 모자라 보컬부터 랩, 퍼포먼스까지 다 되는 '올라운더' 걸그룹으로 자리매김,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했다.

이 밖에도 유닛 결성 과정에서 짧게 공개된 케미는 말 그대로 대화합을 끌어냈다. 마마무 화사와 러블리즈 케이가 결성한 듀오 구오가 대표적인 예다. 95년생인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상반되는 매력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밥으로 애정 공세를 펼친 케이와 눈 깜빡 안 하는 화사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그러나 본 경연에서는 180도 다른 반전매력으로 1위에 올랐다. 구오의 '위시 유 워 게이(Wish you were gay)'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340만 회 이상 조회됐다.

'퀸덤'의 흥행은 반갑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이는 "인기 많은 남자 아이돌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는 AOA 설현의 소신 발언이 물꼬를 텄다. 그도 그럴 것이 여지껏 컴백쇼는 보이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룹 어필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 컴백쇼에는 방탄소년단, 몬스타엑스,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보이그룹이 대거 참여할 동안 걸그룹은 아이즈원이 전부였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엠넷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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