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업앤다운…'기생충' 낭보+천만 5편 ↑·평점 테러+독과점 ↓ [연말결산]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올해 한국영화는 100주년을 맞았다. 기념비적인 해인만큼 다사다난했다. 2019년 1800편이 넘는 국내 개봉 영화 중 다섯 편의 천만 영화가 한 해 처음으로 탄생했고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활약으로 길이 남을 최초의 역사가 세워졌다. 반면 오랜 병폐인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재점화됐고 앞뒤 없는 평점테러도 자행되며 '혐오의 시대' 흐름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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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코 일 낸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세운 새 역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감독 봉준호/5월 30일 개봉)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 세계 평단의 극찬이 쏟아졌고 대중성을 잡는 데도 성공해 국내에서는 천만 영화로 등극했다. 북미에서 개봉한 뒤에는 2000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입을 거둬들여 올해 북미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기록을 넘고 무려 192개국에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미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낭보를 전해온 '기생충'은 내년 1월 5일 개최될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기대가 크다. 특히 골든글로브에서의 수상 결과가 이후 2월 열리는 아카데미상(오스카)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등에 노미네이트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만영화만 5편…성수기·비성수기 경계 지웠다

올 한 해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최초로 다섯 편 탄생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영화는 설 연휴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코미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1월 23일 개봉)이다. 개봉 15일 만에 천만을 돌파하더니 최종 스코어 1626만5618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2위라는 쾌거를 누렸다. 초호화 스케일을 자랑하거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한 몫 했다. 웃음으로 분위기 환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후의 천만 작품들은 명절 및 방학 시즌을 노리지 않은 이른바 '비수기'에 개봉했음에도 불구, 탄탄한 팬덤과 작품성으로 승부를 봤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3를 마무리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4월 24일 개봉)은 1393만4604명이라는 대기록으로 '마블 강국' 입지를 공고히 했다. 1348만696명을 끌어 모았던 '아바타'(감독 제임스 카메론)를 제치고 10년 만에 역대 외화 최고 흥행작 자리를 꿰찼다.

'알라딘'(감독 가이 리치/5월 23일 개봉)은 그야말로 '역주행 신화'였다.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던 영화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기생충'에 밀려 잠시 주춤했으나 개봉 4주차에 다시 1위 자리를 탈환, 1255만2189명을 최종 동원했다. 경쾌한 노래와 춤은 입소문을 타게 했고, 무엇보다 자스민 공주의 역할 확대가 관전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커버곡 신드롬을 일으켰다. 디즈니 실사 영화로서 최초의 기록이다.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등장한 '기생충'은 개봉 5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 1008만4655명 최종 스코어를 기록했다.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이 작품은 대중성까지 함께 거머쥐는 데 성공하며 봉준호 감독의 저력을 재확인하게 했다. 또 봉 감독은 '괴물'(2006)에 이어 또 하나의 '천만영화'를 추가했다.

2019년 마지막 천만영화는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11월 21일 개봉)가 장식했다. 5년 전 한반도를 강타했던 '엘사 신드롬'은 더욱 거센 기세로 몰아쳤다.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은 변함없는 사랑스러움을 자랑했고 확장된 왕국의 이야기, 깊어진 캐릭터들의 서사 등은 성인 관객들까지 매료시켰다. 그 사이 발전된 디즈니의 기술력은 감탄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이번 OST가 '렛 잇 고'(Let it go) 열풍을 재현하기엔 역부족이라 평했으나 '인 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쇼 유얼셀프'(Show Yourself) 등은 꾸준히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물렀다. 그 결과, '겨울왕국2'는 개봉 17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도 지키고 있어 최종 스코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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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사 신드롬 어게인…독과점 논란도 어게인

엘사 광풍이 거세도 너무 거셌던 모양이다.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초 사전 예매량 110만 장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겨울왕국2'이지만 개봉과 동시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야기했다. '겨울왕국2'는 개봉 첫날 2343개의 스크린수를 확보했고, 1만2998회 상영됐는데, 곧바로 국내 영화인들이 이를 제지하고자 나섰다.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는 개봉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또 일으키고 있다"며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영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0%)을 기록했다"고 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상영됐던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도 목소리를 높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2'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겨울왕국2'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등이 올 한 해 독과점 논란을 빚었고, 특히 디즈니 영화의 반복적인 논란에 '디즈니 천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에 반독과점영대위 측은 "사실 스크린 독과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프랑스의 사례를 배워 영화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 '82년생 김지영·'걸캅스'·'캡틴 마블' 등 평점 테러에 몸살

실관람객들의 평가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였던 평점 코너가 맥락 없는 혐오의 장으로 변모했다. 주로 여성 서사가 담긴 영화 등장 시에 심화됐다. 라미란, 이성경 주연의 '걸캅스'(감독 정다원)에 이어 마블 영화인 '캡틴 마블'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작품이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영화화가 결정됨과 동시에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제작을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도 게재됐다. 여성의 삶과 고충을 전반적으로 담아낸 소설이 남녀 간의 대립을 심화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명대사를 기입할 수 있는 란에도 실제 극중 대사가 아닌, 조롱성 글들이 즐비했다. 출연 배우인 정유미를 향해서도 무차별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하거나 응원한 여성 스타들에게도 악성 댓글이 따라왔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 '82년생 김지영'은 이야기의 힘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고 367만6150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걸캅스'도 손익분기점인 150만 관객을 돌파했고, '캡틴 마블'은 580만2811명을 모으며 2019년 마블 흥행의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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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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