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맛을 알아가는 박지현, 이제 진짜 시작이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가대표팀 휴식기 3주. 박지현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은행 박지현은 숭의여고 3학년 시절부터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러나 1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프레 퀄러파잉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표팀 이문규 감독은 "아주 좋은 애벌레"라고 했다.

좋은 선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위성우 감독도 동감했다. 시즌 도중 프로 유니폼을 입고 정신 없이 지나간 2018-2019시즌. 2019-2020시즌 초반 위 감독이 우려한 '성장통'이 박지현을 휘감았다.

고교 시절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프로에서 개별 포지션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약점으로 이어졌다. 힘과 세기에서 아마추어와 차원이 다른 프로의 벽을 곧바로 허무는 건 불가능했다. 시즌 초반 박지현의 팀 공헌은 많이 떨어졌다.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

덕분에 얻은 3주의 휴식기가 박지현에게 전환점이 됐다. 최근 박지현은 우리은행 특유의 많은 활동량과 박혜진-김정은-르샨다 그레이 위주로 짜인 시스템에 서서히 적응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장점, 즉, 경기 중 순간순간 나오는 센스를 고스란히 발휘한다.

2일 KB전서 9점 10리바운드에 6어시스트했다. 박지수를 페이크로 제친 뒤 골밑슛을 올려놓은 장면은 백미였다. 순간적으로 틈을 공략하는 드라이브 인과 어시스트에 대한 본능은 확실히 2년차답지 않다. 다만, 5일 BNK전서는 2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주춤했다.

슈팅이 다소 불안정한 부분은 있다. 위 감독은 "지금도 폼을 잡아가는 단계"라고 했다. 그러나 오픈에서 그냥 놔둬도 될 수준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스크린과 패스에 의한 미드레인지 오픈 찬스를 가장 잘 만드는 팀이다. 그런 점에서 박지현의 슈팅능력 향상은 의미 있다. 또한, 볼 핸들링 능력이 있다. 박혜진과 함께 속공과 얼리오펜스를 전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수비는 2쿼터에 빅맨, KB전의 경우 박지수를 맡을 정도로 쓰임새가 생겼다. 시즌 초반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대인방어 능력도 떨어진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완전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위 감독은 "고교 시절 센터였으니 빅맨 수비는 제법 할 줄 안다"라고 했다. 2쿼터에 김소니아의 수비 부담을 줄여준다.

결국 3주의 재정비를 거쳐, 공수에서 공헌도가 올라간 롤 플레이어가 됐다. 위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그냥 뛰어다녔다면, 이젠 조금 농구를 하는 것 같다. 득점보다 어시스트와 리바운드 수치가 더욱 의미 있다"라고 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라는 말도 곁들였다.

박지현은 "몸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뛰는 것 위주로 했다. 몸 상태가 올라오면서, 그에 맞는 훈련을 했다. 감독님이 공격은 자신 있게 하라고 한다. 공을 잡으면 확실히 처리하고, 리바운드와 수비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대표팀 탈락에 대해 "아쉬웠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언니들이 대표팀에 나갔을 때 감독님, 코치님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볼 없는 움직임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프로 데뷔 만 1년. 우여곡절 끝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진정한 차이를 알았다. 박지현은 "아마추어 시절에는 내가 뭐든 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에선 내가 아니어도 해줄 언니가 많다. 팀 농구를 해야 한다. 경기할 때 자기 역할이 있다. 고등학교 때 한 건 프로에서 전부 버렸다. 우리은행 선수로 다시 맞춰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긴 호흡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박지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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