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52]환타지 픽션 ‘2019 밀양강 오딧세이’, 최첨단 실경(實景)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가능성 열다

참 좋다! 밀양의 연정(戀情)

사람들이 ‘밀양’이라는 지명을 기억하고 떠올려 본 계기 중 하나가 영화 ‘밀양’이었다. 이창동 감독, 전도연 주연의 ‘밀양’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밀양이 유명세를 떨쳤는데 사실 영화 ‘밀양’은 경상남도 밀양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밀양 덕분에 밀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지역 경제에 작은 보탬이 됐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밀양시(박양호 밀양시장)가 독자적으로 문화 관광의 메카, 축제의 메카로 급부상했다. 바로 ‘밀양강 오딧세이’ 덕분이다. ‘밀양강 오디세이’는 ‘아리랑 대축제’와 더불어 밀양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쌍끌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밀양 영남루 일원과 밀양강에서 펼쳐진 ‘가을 밀양강 오딧세이 아리랑 환타지! 밀양! 2019’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첨단 실경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라 부를 만했다.

2019 밀양강 오딧세이 ‘아리랑 환타지! 밀양!’은 기존 콘텐츠와는 확실히 차별화되었다. 밀양강 오딧세이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사실적이고 서사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이전에는 기존의 공연 패턴을 답습해 논란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달랐다. 밀양의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환타지 픽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표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결합한 밀양 에너지

영남루 일원과 무봉산, 밀양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아리랑 환타지 밀양! 2019’공연 시간은 80분, 일반적인 야외 공연물이었다면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다. 사방이 탁 트인 야외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아무리 잘해도 흡인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도 지역축제 총감독을 할 때 야외공연 콘텐츠를 많이 준비하는데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관객의 몰입도다. 주변 환경이 산만하면 관객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어서 음향과 무대장치, 특수효과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데 이번 밀양강 오딧세이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번 밀양강 오딧세이 공연에서는 밀양의 문화콘텐츠들이 다양하게 선 보였다.

가장 먼저 무대를 연 주인공은 리스트의 라캄파넬라를 멋지게 연주한 예비 피아니스트. 그 다음 공연은 밀양백중놀와 아이들 농악대의 콜라보가 있었다. 꼬마 상쇠가 신명나게 꽹과리를 쳐서 큰 박수갈채를 받았는데 세대 공감 콘텐츠 손색이 없었다.

필자는 특히 밀양의 인물 콘텐츠가 눈에 띄었다. 사명대사와 표충사,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콘텐츠로 테마 별로 공연을 했는데 관객 몰입도가 높았다. 무봉사 주변으로 사명대사가 지은 한시가 비춰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실경 멀티미디어 쇼가 아니면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또 사명대사가 조선인 포로를 데려오는 과정을 담은 공연도 의미가 있었다.

중간에 밀양 청소년들이 등장해서 태권무를 선보였는데 기개가 넘쳤고, 밀양시민들이 기꺼이 나서서 동참한 일본으로 끌려간 포로가 풀려나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밀양강 둔치에서 영남루로 통하는 길에 임시다리를 설치해놨는데 이 다리를 건너 포로들이 조선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신의 한수였다.

마지막 테마는 독립운동가 <김원봉>이었다. 김원봉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에 잠시 등장했는데 영화배우 조승우가 김원봉 역할을 맡았다. 김원봉 테마에서 조승우가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요" 라고 말한 장면이 오롯이 연상되어 참 좋았다. 일본이 너무나 두려워해 역사상 최고의 현상금이 걸린 김원봉이 밀양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준 의미 있는 콘텐츠였다. 폐막식 때 공연에 참여한 시민 배우 모두가 나와서 전문배우와 함께 합창하는 장면은 밀양 에너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밀양의 역사를 훑어낸 스토리는 아름다운 음악과 무용, 박진감 넘치는 음향효과, 신세계를 연상케 하는 특수효과와 밀착되어 관객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전문배우와 시민 배우의 완벽한 호흡

싱어 송 라이터 김강주씨는 “가을 어느 날 밀양강에서 당신을 생각해요. 내 볼에 새겨진 짧은 입맞춤도 생각이 나네요. 시간이 멈춰진 그 옛날 어느 이야기처럼 한없이 아름답던 그날들이 그리워지네"라고 '밀양강'을 노래했다. 우리가 겪는 소소한 사연과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이다. 누구라도 이 노랫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올 밀양강 오딧세이 ‘아리랑 환타지 밀양! 2019’도 마찬가지였다.

‘아리랑 환타지 밀양! 2019’의 전체적인 기반은 아리랑 음악이었다. 여기에 '인연(因緣), 사랑과 평화'란 주제로 천상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졌다. 10월 19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펼쳐진 신개념 멀티미디어쇼의 이야기 줄거리는, 콘텐츠는 "인간 세상을 악의 무리들로부터 구하고 지키라"는 하늘의 명을 받들고 인간세계로 내려온 연은 용의 힘과 도움으로 악귀들과 이무기를 물리치고, 영화로운 '미리미동국'에서 환생을 거듭하며 아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인간들의 탐욕과 핍박을 당하다 못해 나비가 되어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연(緣)'을 떠나보낸 '인(因)'은 그리움을 견디지 못한다. 연(緣) 하늘로 돌아간 사실을 알지 못한 인(因)은 인간세계로 연을 찾아 나서고, 이 둘의 사랑은 밀양강에 비친 달빛처럼 꽃비가 되어 내린다.는 내용이다.

이 공연에는 시민 배우 327여 명과 뮤지컬 전문배우, 싱어송 라이터 김강주 화가 정세라 등이 함께 했다. 또 EG뮤지컬 컴퍼니 '비상', 창작중심 '단디', 최석민 무용단, EG뮤지컬 컴퍼니, 코리아 윈윈 벨리댄스, 새터 가을굿 놀이, K-STAR, 아리랑친구들, 반달 등 전문 극단 배우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민 배우 327여 명이 함께 한 것이 시너지를 가져왔다고 본다.

축제의 성공조건은 지역 주민

필자도 지난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개최한 <귀주대첩 1,000주년 기념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을 맡으면서 귀주대첩 1,000주년에 바탕을 둔 1,000인 합창단을 기획했다. 관악주민 1000명이 과연 참여할 수 있을지 모두 의구심을 갖고 주저했는데 필자는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전야제 공연으로 펼쳐진 1,000인 합창단 공연은 구민 화합과 소통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큰 화제를 몰고 왔는데 ‘아리랑 밀양 환타지 2019’ 무대 연출 및 총괄감독을 맡았던 오규철 감독 역시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축제가 끝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예인들에 기대어 관객을 모우는 것이 항상 아쉬웠는데 이번 무대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고, 지역컨텐츠, 지역민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필자도 이 말에 전폭적으로 동감한다.

지역축제가 성공으로 가느냐 실패로 가느냐의 가장 첫 번째 기준점은 관내 주민 만족이다. 축제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유.무형의 가치가 주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면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축제는 시너지 효과가 저절로 일어난다. 주민의 소통과 화합은 지역축제의 기본!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는 축제의 주인공을 그 지역 주민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밀양강 오딧세이는 그런 점에서 10점 만점에 9.8 점을 주고 싶다.

실경(實景)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중심지

’가을 밀양강 오딧세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큰 호평을 받으면서 밀양시가 크게 고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급 연출기획자, 수준 높은 조명, 아름다운 영상, 박진감 넘치는 음향, 판타스틱한 특수효과 팀이 함께 해 <실경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의 진수를 보여주자 밀양시는 이 공연을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이번 2019 가을 밀양강 오딧세이를 찾아주신 모든 시민과 관객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더욱 특별하고 환상적인 밀양강 오딧세이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번 <밀양강 오딧세이>를 위해 경상남도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은 밀양시는 경상남도와 함께 밀양강오딧세이 공연을 국가대표 공연을 넘어 세계적인 실경멀티미디어 융합공연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있다. 경상남도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비 지원 방안 모색에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특단의 묘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밀양강 오딧세이는 멀티미디어쇼다. 조명, 영상, 워터스크린, 특수효과, 스토리텔링, 무용, 연극이 총망라된 콘텐츠를 실경과 접목하는 아주 복합적인 장르다. 자칫 방심하면 국민 세금을 먹는 하마로 전락해 논란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조명과 음향, 영상, 음악 등이 뛰어나야 하지만 여기에 전적으로 기대서는 안된다.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 한국적인 요소가 적재적소에 놓여져야 한다.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기본에 조명, 영상, 워터스크린, 특수효과, 음향효과 등이 더해져야만 식상하지 않는다. 올해 좋은 평가를 얻은 만큼 밀양시는 이번 성과가 무색해지지 않게 지금부터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밀양강 오딧세이에 참여할 수백, 수십만의 관객을 만족시킬 새로운 콘텐츠가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앞선다.

필자 소개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행사기획자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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