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엘사와 안나가 깨어나자 우리도 깨어났다 [이예은의 안테나]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이 글에는 '겨울왕국2'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 마녀의 저주로 깊은 잠에 들었던 숲속의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났다. 유리 구두를 잃어버렸던 신데렐라는 왕자가 찾아줌으로써 사랑을 완성,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래서 우리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렸다. 화려하고 웅장한 성의 '예쁜' 공주가 되길 꿈꾸면서.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는 달랐다. 엘사는 직접 말(물의 정령)에 올라 타 힘차게 바다 위를 내달렸다. 안나는 무너지는 댐 위를 두 발로 뛰어다녔다. 도와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힘을 믿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 '멋있는' 엘사와 안나를 바라보며, 우린 웅크려있던 힘을 깨웠다.

내향적인 엘사와 외향적인 안나는 성향부터 완벽히 다른 자매다. 그래서 '겨울왕국'의 성 문이 열렸을 때, 선택한 길도 달랐다. 사회적인 시선을 피해 13년 간 마법의 힘을 억누르고, 숨어 지내야 했던 엘사가 스스로 선택한 첫 번째 일은 존재의 인정, 자아 찾기였다. 처음은 공포로 인한 일종의 '회피'에 가까웠지만 이것이 단초가 돼 해방감을 누린다. 통제만 했던 마법은 절제를 통해 올바른 쓰임새를 찾았다.

다만 개인이 설정한 한계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2편에서의 엘사는 내재된 힘이 강해져가는 걸 느끼지만 안나,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을 지켜야 했고, 그들과의 일상이 행복했다. "내 모험은 끝났어"라며 애써 '미지의 세계'를 외면했다. 엘사 스스로가 그어놓은 선이었다. 그러나 결국 용기가 두려움을 이겨냈다. 힘의 원천을 찾은 엘사는 변화를 피하지 않고 전진했다. 그렇게 '정령'이 돼 온전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했다.

안나의 시작은 전형적인 디즈니 공주였다. 성 문이 열리자마자 순진하게 사랑을 노래하며 왕자님을 찾았다. 꽃밭과 같은 세상을 기다렸다. 하지만 연인 간의 사랑보다 '희생', '연대'라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고, 성숙해졌다. 단단하게 내면의 힘을 기른 안나는 2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여전히 크리스토프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 안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엘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고군분투했던 안나는 엘사를 잃은 줄 알았던 순간에도 주저앉지 않았다. 좌절 대신 엘사만큼이나 소중한 아렌델을 지키려 다시 일어났다. '자매애'에서 '대의'로 나아간 순간이다. 그래서 정령들은 안나가 아렌델의 새로운 여왕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봤다. 무모한 줄만 알았던, 사실은 누구보다 용감했던 공주가 성장을 거듭하며 쟁취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이니 과정은 달랐다. 그럼에도 각자의 용기로 원대한 꿈을 이뤘다. 그래서 누군가는 엘사, 누군가는 안나일 많은 관객들은 '겨울왕국2'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사회적인 억압을 넘어 개인의 두려움까지 끝내 깨부수며 자아를 실현한 이들은 우리 모두의 꿈이니까. "넌 그러면 안 돼", "어차피 난 안 돼" 등 숱한 족쇄의 말을 듣고 되새기며 자란 이들의 희망이니까. 성인들에게는 웅크린 꿈을 깨울 수 있는 용기를, 아이들에겐 강인함이라는 이상향을 선사한 '겨울왕국2'는 그래서 더 고맙고 소중하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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