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에 김재환까지 이탈 위기, 2020 두산의 운명은?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올 겨울도 핵심 전력 유출을 피할 수 없게 된 두산이다. 지난해 국가대표 포수의 이탈에 이어 올해 20승 투수가 더 큰 꿈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했고, 4번타자까지 빅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다. 두산은 과연 2020시즌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두산 유니폼을 입고 포효하는 조쉬 린드블럼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두산은 지난 4일 린드블럼의 보류권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 시즌이 끝나고 지난 2년간 에이스를 맡았던 린드블럼을 반드시 잡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복수 구단의 높은 관심에 결국 선수의 앞길을 터주기로 결정했다. 두산 관계자는 “린드블럼이 팀에 공헌한 점을 높이 사 에이전트와 협의해 보류권을 풀어주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에서 KBO리그 생활을 시작해 2018년 두산의 일원이 됐다. 롯데 시절에도 한 시즌 13승-210이닝을 기록한 좋은 투수였지만 두산에 와서 압도적인 투수로 변모했다. 2018년 26경기 15승 4패 평균자책점 2.88에 이어 올해 30경기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호투하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개인적으로도 다승, 승률(.870), 탈삼진(189개) 1위에 힘입어 정규시즌 MVP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린드블럼에 이어 또 한 명의 정규시즌 MVP 출신 김재환마저 깜짝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김재환은 2016시즌부터 4번을 맡아 2018시즌 홈런, 타점왕과 함께 생애 첫 MVP를 수상한 팀의 핵심 전력. 그런 그가 최근 팀에 미국 진출에 대한 뜻을 전달했다. 두산은 이에 김재환의 에이전트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논의를 거쳐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매년 겨울 핵심 전력의 이탈이 반복되는 두산이다. 2017시즌 종료 후 7년간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이 불발됐고, 주전 외야수 민병헌과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현수가 각각 롯데와 LG로 향했다. 또한 2018시즌이 끝난 뒤에는 전력의 사실상 절반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수 양의지를 잡는 데 실패했다.

재계약에 성공한 김태형 감독에게 오는 2020시즌은 또 다른 도전이 될 전망이다. 2년 동안 35승을 책임진 에이스가 이탈했고, 김재환도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강해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전력 유출에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두 차례의 통합우승을 이뤄낸 김 감독이다. 김현수, 민병헌이 떠나니 김재환, 박건우가 자리를 잡았고, 린드블럼은 니퍼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두산의 야구는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대변된다.

내년 시즌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외인 마운드 전면 개편이다. 앞서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한 세스 후랭코프를 보류 명단에서 제외, 외인 2명을 모두 새롭게 뽑아야 한다. 또한 김재환이 이탈할 시 외인타자 선발 플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중장거리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보다 최소 25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거포형 타자에 무게가 실린다.

매년 전력 유출을 겪은 김 감독은 지금의 상황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전날 은퇴선수협회 시상식에 참석한 김 감독은 “팀 구상은 다시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고민하기보다 모든 게 결정 난 다음에 구상하겠다”라고 했다. 에이스에 4번타자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두산이 이번 겨울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조쉬 린드블럼(좌)과 김재환(첫 번째), 세스 후랭코프(좌)와 린드블럼(두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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