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을 더 재미있게 보는 일곱 가지 방법[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은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가 85번째 생일에 숨진채 발견된 사건을 둘러싸고 치밀하고 숨가쁜 이야기를 담았다. 추리는 치밀하고, 플롯은 영리하며, 결말은 놀랍다.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의 신세계가 시종 흥미롭게 펼쳐진다. 방심하고 보다간 영화의 재미를 놓칠 수 있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는 일곱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은 무슨 뜻인가.

나이브스 아웃의 사전적 뜻은 ‘칼을 꺼내 휘두르다’이다. ‘have the knife out for’는 “…을 노리다, …을 비난[공격]의 목표로 삼다”로 쓰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트롬비 가족은 이민자 출신의 간병인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를 향해 숨겨놓았던 속마음을 가차없이 드러낸다.

2. ‘추리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와 ‘서스펜스의 제왕’ 알프레드 히치콕의 만남

라이언 존슨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 마니아였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푹 빠져 살았다. 10년전부터 이야기를 구상하던 그는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촬영을 끝내고 영국 런던 런던 세인트 마틴 극장에서 연극 ‘쥐덫’을 보고 무릎을 쳤다. ‘쥐덫’은 ‘눈보라에 갇힌 산장물’의 작품인데, 결국 ‘한정된 공간에 갇힌 인간의 물리적 이동’이 중요하다. ‘나이브스 아웃’ 역시 ‘현장에 누가 있었으냐’를 놓고 추리가 펼쳐진다.

그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서스펜스을 결합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히치콕이 ‘후더닛(범인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스스로 ‘후더닛 중독자’라고 밝혔다. 특히 마지막에 깜짝 놀라게 만드는 ‘서프라이즈’를 좋아했다. 그가 추리 스릴러에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를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 떡밥 회수

영화 시작부터 ‘내 집, 내 규칙, 내 커피’라는 글을 적혀있는 머그컵이 등장한다. 이것부터 떡밥이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대사가 떡밥이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이 많은 대사에 녹여낸 떡밥을 후반부에 모두 회수한다. 할란의 장녀 린다(제이미 리 커티스)는 “어렸을 때 아빠가 만들어놓은 놀이를 찾아야했어요. 그걸 찾아내면 아빠의 규칙을 따라야하죠”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는 영화 전체의 전개를 암시한다. “저는 아름다운 패턴을 승리보다 중요시해요”라는 마르타의 대사도 중요하니, 눈여겨 볼 만하다.

4.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후폭풍

라이언 존슨 감독은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개봉 이후 열혈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개봉한지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증오의 메일이 쏟아진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인터넷에 빠져 사는 제이콥 트롬비(제이든 마텔) 캐릭터를 만들었다.

5. 중력의 무지개

명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은 아무도 안 읽는 소설에 등장하는 ‘중력의 무지개’를 언급한다. 그는 “아무런 편견없이 사실들을 관찰한 후 포물선의 경로를 밝혀내고 종착점으로 유유히 가보면 진실이 내 발밑에 떨어진다”고 말한다. 영화에선 다른 소설 제목으로 나오지만, ‘중력의 무지개’는 토마스 핀천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자본주의의 실상을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선명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브스 아웃’도 자본주의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6. 트럼프 시대 미국사회를 향한 비판

이 영화에 ‘트럼프’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누가 보더라도 등장인물들이 언급하는 정치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반이민정책’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이브스 아웃’은 이민자를 대하는 미국 백인들의 태도를 위트 있는 방식으로 비판한다. 트롬비 가족은 마르타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서로 다르게 알고 있다. 당신도 그가 어디 출신인지 생각해보라.

7. ‘제임스 본드’는 잊어라. ‘브누아 블랑’을 기억하라.

‘나이브스 아웃’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개봉 첫 주말 북미 흥행 4,100만 달러를 비롯 월드 와이드 흥행 7,0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렸다. 당연히 속편 기대감이 높아졌다. 5일 현재 미국 영화매체 커밍순 설문 결과, 70% 이상이 라이언 존슨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는 속편을 원하고 있다. 라이언 존슨이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 감독을 맡게될지 여부에 따라 속편 제작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화팬이 속편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뛰어난 명탐정 연기다. 그는 미국 남부 억양을 쓰는 명탐정 브누아 블랑 캐릭터를 빼어나게 연기했다. 미국에선 브누아 블랑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새로운 대표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신도 제임스 본드는 까맣게 잊고 브누아 블랑의 매력에 사로잡힐 것이다.

[사진 = 올스타 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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