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겨울왕국2’, 기억해 줘[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디즈니·픽사의 ‘코코’(2017)와 디즈니 ‘겨울왕국2’(2019)는 기억과 반성의 테마를 공유한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과거에 대한 성찰로 깊이와 폭을 넓혀가고 있다. 아름다운 공주와 백마 탄 왕자의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에 매몰돼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디즈니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과거의 반성 없이 미래는 없는 법. 디즈니는 개인의 차원(‘코코’)이든, 집단의 차원(‘겨울왕국2’)이든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앞으로 나간다.

‘코코’는 멕시코 명절 ‘죽은 자들의 날’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기억여행을 담았다. 미구엘 집안에서 기타는 재앙이다. 고조할아버지 헥터는 어린 딸 코코를 남겨두고 자신의 꿈인 음악을 한다며 집을 나갔다. 미구엘의 증조 할머니 코코는 자꾸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에 걸렸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코코는 아버지 헥터의 기억을 영영 잃게된다. 미구엘은 저승여행을 통해 헥터가 가족에게 돌아오려 했지만, 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여기서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하는 끈은 음악이다. 헥터는 어린 코코에게 ‘리멤버 미(기억해줘)’를 들려줬다. “기억해 줘 지금 떠나가지만/기억해 줘 내 사랑 변하지 않아/우리 함께 한다는 걸 언제까지나/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 줘.” 미구엘이 현실 세계로 돌아와 기억을 잃어가는 코코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 때, 그전까지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던 증조 할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진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겨울왕국2’에선 어느날부터 의문의 목소리가 엘사를 부르고,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은 위험에 빠진다. 트롤은 모든 것은 과거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려주고, 엘사의 힘의 비밀과 진실을 찾아 떠나야한다고 조언한다. 정체모를 위협을 받고 있는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하는 엘사와 안나는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크리스토프, 올라프, 그리고 스벤과 함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엘사는 마법의 세계에서 할아버지가 저질렀던 잘못된 행동을 알게된다. 엘사와 안나를 포함해 아렌델 왕국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물(자연)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겨울왕국2’가 뛰어난 점은 ‘왜곡된 과거의 진실’을 바로 잡는데 있다. 엘사와 안나는 선조의 과오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잘못된 매듭을 풀어야 어두운 안개가 걷히고 희망찬 미래가 밝아진다는 진리를 시종 흥미롭게 담아냈다.

‘코코’의 미구엘과 ‘겨울왕국2’의 엘사는 각각 ‘저 세상’과 ‘다른 공간’을 찾아가 ‘과연 진실이 무엇인가’를 찾아낸다. ‘코코’의 메인 테마곡은 ‘기억해 줘’이다. 저승의 헥터가 사랑하는 딸을 위해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노래다. 엘사에게 들렸던 의문의 목소리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마법의 숲’이 자신을 제대로 기억해달라는 신호다. ‘코코’와 ‘겨울왕국2’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진실을 기억해 줘.”

[사진 = 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