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전설이 될 것이다 [이승록의 나침반]

'김혜윤에 로운·이나은·이재욱·김영대까지…어쩌다 발견한 소중한 신예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오래도록 회자될 드라마가 되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어쩌다 발견한 신예들 때문이다.

만화가 배경인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실제 만화를 보는 듯한 아기자기한 전개와 형형색색의 연출이 흥밋거리였다. 주제도 의미 있었다. 엑스트라가 작가의 설정을 거스르고, 스스로 자아를 되찾아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메시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할 만큼 철학적이었다.

그러나 MBC 드라마들의 고질병인 뒷심 부족은 여전했다. 초반의 '신선함'은 도돌이표 같은 전개가 반복되며 '익숙함'이 되었고 '지루함'으로 번졌다. '생방송 촬영'이란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올 정도로 빠듯한 촬영 일정은 자연스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전체의 활력을 떨어트렸다. 마감에 쫓기듯 촉박한 시간은 극 속 만화든, 실제의 드라마든 완성도에 균열을 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만난 신예들은 우리가 우연히 발견한 값진 보물들이었다.

은단오 역 김혜윤의 성장은 놀라웠고, 어떤 면에선 일종의 충격이었다. 전작 JTBC 'SKY캐슬'이 종영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극단의 캐릭터로 시공간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SKY캐슬'의 강예서가 날카로운 성격에 시기, 질투, 욕심으로 가득 찬 이기적 캐릭터였던 반면,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은단오는 털털하면서도 지고지순했고 사랑에 맑게 눈물 흘리는 캐릭터였다. 같은 학생이지만 접점은 없고 극단의 설정으로만 채워진 어려운 캐릭터였다. 김혜윤은 둘을 전혀 다른 얼굴로 소화해내며, 양극의 캐릭터도 가뿐히 소화할 수 있는 깊은 그릇을 품었음을 대중에 선언한 셈이다.

다른 주연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해냈다. 아이돌 가수인 SF9의 로운은 조각 같은 외모에 부합하는 하루 역을 맡아 외모뿐 아니라 묵직한 눈빛과 따듯한 목소리로도 연기할 수 있단 잠재력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아이돌 가수인 에이프릴의 이나은은 전작들보다 훨씬 연기에 안정감을 안착시켰다. 극 후반부 이나은의 여주다 캐릭터가 자아를 찾자 양면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이 순간을 능청스럽게 표현하며 과거보다 연기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뚜렷해졌다.

백경 역 이재욱은 98년생 21세란 어린 나이에도, 성숙하고 진중한 연기로 이재욱이란 배우가 뻗어나갈 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백경은 은단오의 짝사랑을 받다가 도리어 은단오를 홀로 좋아하게 된, 사랑에는 비참한 인물이지만, 이 비참함과 질투, 집착 속에 애절함과 고독함을 녹여내며 백경을 단순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든 게 이재욱이었다.

오남주 역 김영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값진 발견이었다. 차가운 눈빛과 웃음기 없는 냉정한 오남주를 연기한 김영대는 실제로는 정반대의 따스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를 지닌 배우였다. 특히 오남주가 만화에선 주인공이었지만, '어쩌다 발견한 하루'란 드라마에선 주변 인물이었던 탓에 정작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오남주의 서사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도리어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쉐도우 속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김영대는 스스로의 성격을 가리고 스스로의 서사를 창조하며, 오로지 오남주가 되어 완벽히 만화 속 주인공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싸이더스HQ, FNC엔터테인먼트, MBC, 래몽래인, 아우터코리아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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