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현재진행형’ SK 김건우 “계속 감독님 눈에 띄고 싶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서울 SK 문경은 감독은 시즌 개막 전까지 백업 스몰포워드 보강에 대한 갈증이 컸다. 트레이드도 염두에 뒀을 정도. 김건우는 이와 같은 문경은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자원이다.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SK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건우는 지난 시즌까지 존재감이 미미한 벤치멤버였다. 지난 시즌 기록한 43경기 평균 7분 6초가 각각 데뷔 후 소화한 가장 많은 경기, 출전시간이었다. 하지만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는 SK가 치른 15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2분 41초를 소화하는 등 보다 활용도 높은 포워드로 성장했다.

득점이나 리바운드 등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았지만, 순도는 높다. 김건우는 지난 10일 전주 KCC를 상대로 연장전에서 결정적 3점슛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공헌했고, 17일 원주 DB전에서는 3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몰아넣었다. SK가 김민수의 부상 공백에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숨은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김건우는 동국대 재학시절부터 슈팅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던 포워드다. 단순히 슈팅능력이 좋아서 출전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막판 지명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2라운드(2012년 전체 19순위)까지 내려간 것도, 지난 시즌까지 기회가 적었던 가장 큰 이유도 수비였다.

올 시즌은 슈팅능력에 수비 공헌도가 더해져 활용도가 높아졌다. “슛은 워낙 좋았고, 동료들도 인정했던 부분이다. 헤인즈는 훈련할 때 (김)건우에게 패스를 많이 줄 정도다. 올 시즌은 수비 이해도가 높아졌고, 디나이를 강조해 체력 저하가 클 텐데도 수비를 열심히 해준다. 공격 리바운드, 박스아웃 등 궂은일도 잘해주고 있다”라는 게 김기만 코치의 설명이다.

스스로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건우는 “매 시즌마다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고 느꼈다. 코치님들이 ‘귀찮다’라는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소한 부분까지 물어보며 팀 수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과 오래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완벽한 게 아니다. 여전히 알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슈팅능력은 공인받은 만큼, 김건우가 코트에서 신경 쓰는 부분은 따로 있다. 김기만 코치가 칭찬한 궂은일이다. “슛은 어릴 때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찬스 때 던질 뿐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운을 뗀 김건우는 “‘공격 리바운드 3개’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코트에 나간다. 궂은일을 해야 팀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준용이, (안)영준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력 외적인 면에서도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김건우는 10일 KCC전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격려했고, 오픈찬스에서 슛이 아닌 안영준의 중거리슛을 위해 패스했다. 문경은 감독이 특히 높이 평가한 부분이 바로 그 어시스트였다.

문경은 감독은 “영미(안영준의 별명)가 초반부터 파울 트러블이 걸려 기분이 저하된 상황이었다. 건우는 바로 직전에 슛을 성공시켰는데 패스를 하더라. 같은 슈터 입장에서 그 상황이면 슛을 던진다. 1개 넣은 게 있으니 안 들어가도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우는 영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패스했다. 너무 인상적이었고, 칭찬도 많이 해줬다”라고 말했다.

문경은 감독은 이어 “여름에 백업 3번(스몰포워드)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개막하니 건우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준용이, 영미가 숨 돌리는 것 정도를 기대했는데 공격 리바운드에 열심히 참여해준다. 노마크면 일단 ‘넣는다’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라며 김건우를 칭찬했다.

물론 김건우는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니다. 기회가 늘어나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 경기력 저하를 종종 보이는 것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문경은 감독은 77-83으로 패한 DB전을 곱씹으며 “(3점슛)3개 넣는 것을 보고 계속 투입했는데 4쿼터에는 슛이 안 들어갔다. 이전까지 출전시간이 워낙 적었던 선수다 보니…. 결과론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김건우 스스로도 “최근 출전시간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DB전 때 4쿼터에 1~2개 더 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하는 등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주축 벤치멤버로 자리 잡은 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다. 김건우는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란 생각으로 운동을 해왔고, 아직 기회가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2라운드일 뿐이다. 진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운을 뗀 김건우는 “계속 감독님 눈에 띄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궂은일에 더 집중하겠다. 슛은 항상 자신 있다”라며 포부를 전했다.

[김건우.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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