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제2의 김광현 나왔으면" 이승호 한일전 등판이 갖는 의미

[마이데일리 = 일본 도쿄 이후광 기자] “이제는 제2의 김광현-양현종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5일 멕시코전 승리로 2019 WBSC 프리미어12의 1차 목표였던 도쿄올림픽 진출을 이뤄냈다. 여기에 16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결과와 관계없이 결승행을 확정하며 오는 17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며 한결 마음이 홀가분해진 대표팀. 그러나 김 감독에겐 아직 이루지 못한 숨은 목표가 남아있다. 향후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어갈 이른바 ‘제2의 김광현, 양현종 찾기’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야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베이징올림픽 등에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타선의 리빌딩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마운드에선 양현종, 김광현을 대신할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두 선수가 아직 30대 초반에, 여전히 강력한 구위를 뽐내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제는 젊은 에이스가 필요해 보였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연일 원투펀치 김광현, 양현종을 칭찬하면서도 “이제는 얘들 말고 다른 젊은 투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16일 한일전 이승호 선발 등판이 반갑다. 경남고 시절 좌완 최고 유망주로 꼽힌 이승호는 2017 KIA 2차 1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해 그해 여름 트레이드로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018시즌 32경기(선발 4경기)로 프로의 맛을 봤고, 올해 완봉승 한 차례를 포함 23경기 8승 5패 평균자책점 4.48을 남기며 급성장했다. 23경기 모두 선발 등판이다. 당초 김경문호 구상에 없던 선수였지만 구창모의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새기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오프닝라운드 쿠바전 1이닝 무실점이 전부였던 이승호. 김경문 감독은 왜 그런 이승호의 국가대표 선발 데뷔전을 하필 일본전으로 정한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결과 압박 없이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굳이 4일을 쉬고 양현종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승호도 한일전 경험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앞서 말한 포스트 김광현, 양현종 찾기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이승호가 낙점됐다. 취재 결과 이승호의 한일전 등판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대체 선수 차출 과정에서 나무가 아닌 숲을 봤다. 최 코치는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구창모의 대체선수로 이승호를 뽑았다. 좌완 원포인트로 쓰며 상황을 대비했다. 멕시코를 이기면서 계획대로 됐다”고 흐뭇해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20살이었던 김광현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가 됐다. 1999년생의 이승호 역시 올해 나이 20살이다. 소속팀에서의 인상적인 투구로 국가대표에 뽑혀 한일전 선발 등판이라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이제 이날 포스트 김광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이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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