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하면 불안해서…” 김동우의 해설위원 적응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아직 한 달 밖에 안 됐잖아요. 저는 신생아가 걸음마하는 수준이죠.” 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자, 김동우(39) 해설위원은 자신을 낮추고 또 낮췄다. 여전히 부족하고, 배울 것도 많다고 한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중계를 맡은 SPOTV에서는 김승현, 신기성, 이상윤, 김유택, 김동우 등 총 5명이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동우 해설위원은 유일한 신입이다.

연세대를 졸업, 2003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지명된 김동우 해설위원은 이후 서울 SK-서울 삼성을 거쳤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과감한 3점슛을 앞세워 모비스 시절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014-2015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김동우 해설위원은 인헌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현재는 모교인 명지고 코치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시점에 해설위원으로 합류한 김동우 해설위원은 “(김)승현이 형, (신)기성이 형이 (해설위원으로)추천해주셨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상황까진 모르겠다. 코치를 맡고 있다 보니 교장선생님, 학부모님들에게 먼저 말씀을 드리는 게 순서였다. 긍정적으로 받아주셔서 해설위원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동우 해설위원은 더불어 “우연히 중계를 접하게 된 시청자들 가운데에는 농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분들이 농구가 변수, 매력이 많은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으면 한다. 농구의 매력을 하나라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해설위원이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경기 준비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새벽 2시까지 준비한 날도 있었는데 1%도 못 썼던 것 같다. 농구가 워낙 빨리 전개되는 스포츠다 보니 준비한 것을 모두 쓰는 게 안 되더라. 아무래도 처음 접하게 된 분야다 보니 준비를 안 하면 불안하다. 해설을 맡게 된 경기에서 맞붙는 팀들의 가장 최근 경기는 다시보기로 처음부터 다 본다. 이 팀의 최근 경기력이 어땠는지 알려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보고 있다.”

-기록을 많이 찾아보고, 부상 파악 등을 위해 트레이너들에게 직접 동향도 살핀다고 들었다.

“부상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경기를 준비하다 보니 정말 친한 선수들 외에는 트레이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기록이나 기사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세부적인 기록을 보니 이전 경기에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가 쉽게 되더라. 기록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도 (해설하는 데에)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SK는 속공이 많은 팀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찾아보면 분명 기록으로도 팀 컬러가 나온다. 농구는 결국 숫자놀음이다. NBA 경기가 중계되는 스튜디오를 견학하기도 했다.”

-해설위원을 맡은 후 깨달은 부분이 있다면?

“선수였을 땐 몰랐는데 방송국에서 일하는 분들이 경기를 위해 진짜 고생을 많이 하신다. 밤에 경기가 끝나면, 다음날 경기를 위해 또 아침부터 나와서 준비하신다. 오디오 감독님부터 PD, 캐스터, 선 정리하는 분까지 한 경기를 위해 힘 써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분들을 보면 나도 소홀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평하는 팬들이 많다.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고, 스스로도 첫 경기를 끝낸 후 너무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팬들의 반응에 대해 얘기해주시지만, 나는 아직 한 달밖에 안 됐다. 신생아가 걸음마하는 수준이다. 다만, ‘못하니까 대충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한다. 농구를 좋아하고, 그걸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톤이 조금 낮은 게 ‘옥에 티’다.

“‘소개팅 나온 사람 같다’라는 얘기도 들었다(웃음). 텐션 올리는 게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캐스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마음을 먹고 경기장에 간다. 하지만 경기를 분석하는 입장이고, ‘다음에 뭐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정신없다 보니 그 부분은 여전히 어렵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얘기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중학생 수준을 염두에 두라는 의견도 있는데, 스포츠전문채널이니 눈높이를 더 높여야 한다는 분들도 있다. 특정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다 보면 얘기가 너무 길어지더라. 보다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명정 캐스터가 편하게 대해주면서도 많이 알려준다. 나에겐 선생님 같은 분이다. 호흡이 잘 맞다보니 상대적으로 농담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중계라는 것은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주고받는 일이다 보니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 아직 친분이 없는 캐스터들과의 호흡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종목을 막론하고 ‘해설위원을 맡게 되면 견문이 넓어진다’라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도움이 되나?

“농구를 오래 했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설위원을 맡게 된 후에는 부족하고, 배울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 때도 경기를 이렇게 봤다면 훨씬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농구를 많이 찾아보는 건 처음이고,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아졌다. 중립적인 입장이어서 농구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확실히 견문이 넓어진다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해설위원이 되고 싶나?

“우연히 중계를 접하게 된 시청자들 가운데에는 농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분들이 농구가 변수, 매력이 많은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으면 한다. 농구의 매력을 하나라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해설위원이 되고 싶다.”

-본업은 고교 코치다. 코치로서의 목표도 있을 텐데?

“거창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코치님이 이런 일(해설)도 하시는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나도 막연히 지도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한다. 아이들이 나를 믿고, 더 자신감 있게 운동에 임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동기부여가 정말 중요한데, 예전처럼 강압적으로 할 순 없다. ‘나도 농구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어봤고,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더라’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여기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확신이 없으면 (운동을)열심히 하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부분을 더 믿었으면 하는 마음에 해설위원을 하는 측면도 있다.”

[김동우 해설위원.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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