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전쟁 같은 평양 원정 치르고 '무사귀환'

[마이데일리 = 인천 김종국 기자]축구대표팀 선수단이 평양 원정 경기를 치르고 부상자 없이 무사귀환했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 대표팀 선수단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한 후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북한을 상대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맞대결을 치렀고 한국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북한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대표팀 선수단은 북한에서 감금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북한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평양에 입성한 대표팀 선수단은 평양 순안공항 도착 후 곧바로 김일성경기장으로 이동해 기자회견과 함께 50분 가량 진행된 공식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이 끝난 후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한 대표팀 선수들은 17일 오후 평양을 떠나기 이전까지 북한전을 치르기 위해 경기장으로 이동한 것을 제외하면 호텔내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휴대폰 등 개인통신기기 없이 북한에 입성해야 했고 호텔에만 머물러야 했다.

이번 평양 남북전은 한국취재진 뿐만 아니라 외신 취재진들의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다. 생중계 역시 불발됐다. 한국의 북한 원정 경기는 무관중 상황에서 진행됐고 대표팀 선수단은 평양 한복판에서 고립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경기도 거칠었다. 경기 초반 양팀 선수단의 거친 충돌로 경기 감독관이 안전요원을 대기시켰고 볼 경합 과정 등에서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팔꿈치를 이용한 공격과 함께 욕설을 하기도 했다.

평양 원정경기를 치른 대표팀 선수들은 16일 오후 평양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고 이어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다행히 이번 북한 원정 경기에서 부상 선수나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선수는 없었다.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귀국 후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축구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온 것은 큰 수확이다. 상대가 거칠게 반응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북한 원정에서 단장으로 선수단과 함께한 최영일 축구협회 부회장은 "전쟁 치르듯이 경기를 했다. 상대는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우리는 기술적인 축구를 하려했고 선수들이 부상 당하지 않은 것은 만족스럽다"며 "어려운 환경속에서 선수들이 잘 싸웠고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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