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전 앞둔 벤투호, 2년전 남북대결은 어땠나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을 치른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월드컵 2차예선 조 추첨 결과 한국과 북한이 함께 H조에 속하게 됐고 한국대표팀의 북한 원정 경기 성사 여부가 주목받은 가운데 결국 대표팀 선수단은 14일 오후 평양에 입성했다. 대표팀 선수단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곧바로 김일성경기장으로 이동해 50분 가량 훈련을 진행하며 북한전을 대비했고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전 승리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한국 각급대표팀이 북한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지난 2017년 4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예선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남자대표팀은 지난 1990년 열린 남북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방북했다. 한국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북한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벤투호는 2년전 여자대표팀이 북한과 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대결할 예정이다. 당시 여자대표팀은 4만 2500명의 북한 관중이 가득찬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전 선수 입장을 앞두고 한국 선수들은 "지지말자"고 외치며 각오를 다졌고 이에 맞서 북한 선수들은 "죽고 나오자" "찢어죽이자"라는 험악한 말까지하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양팀의 신경전도 거칠었다. 전반 5분 골키퍼 김정미가 페널티킥을 막아낸 후 북한 선수에게 안면을 가격당했고 곧바로 양팀 선수단의 거친 신경전이 운동장위에서 펼쳐졌다. 한국 선수들은 몸싸움까지 펼쳤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을 향해 야유와 거친 말을 쏟아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4만명이 넘는 북한 관중들의 조직적인 응원과 함성으로 인해 당시 남북대결은 북한의 정치적 행사장 한가운데서 축구경기가 열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열릴 김일성경기장은 능라도경기장으로 알려진 5.1 경기장과 달리 평양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평양 시내 곳곳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고 체제를 선전하는 대형 문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김일성경기장은 다른 북한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가 경기장 외벽 가장 높은 곳에 걸려있다. 축구대표팀은 그 동안 다양한 국가에서 원정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지만 처음 경험하는 환경에서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러야 한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 대표팀과의 경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지난달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1년 11월에는 일본 대표팀이 김일성경기장에서 월드컵 예선 원정경기를 치른 가운데 당시 일본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0-1로 패하기도 했다.

남북대결이 열릴 김일성경기장은 필드가 인조잔디로 구축되어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그 동안 경기를 치러왔던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측은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불허한 가운데 대표팀은 코치진과 선수 등 30명의 선수단과 최소한의 지원인력만 평양에 도착했다. 한국과 북한전은 생중계도 불발된 가운데 대표팀 선수들은 평양 한복판에서 고립된 채 치러야하는 남북대결을 앞두고 있다.

[2017년 평양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 예선 남북전(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도착한 축구대표팀(가운데) 김일성경기장 외관(아래). 사진 = AFPBBNews/AFC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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