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조연 자처' 이정후, 사실 키움의 '명품 주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명품 조연이 되고 싶어요."

키움 이정후는 확실히 3년 차답지 않다. 이미 리그 최정상급의 교타자, 외야수다. 그러나 '조연'이라며 자신을 낮춘다.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박)병호 형이나 샌즈가 잘 치고, 팀이 이기면 된다"라고 말한다.

각 팀 주축 선수라면 기술의 차이는 거의 없다. 각종 수치, 승부처의 희비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이정후는 프로에서 3년간 몸 담으며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걸 느꼈다. "중요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가 조연을 자처하는 건 지나친 욕심 혹은 과도한 긴장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마음 한 구석에선 주연이 되고 싶지만, 조연이면 된다며 자신을 컨트롤 한다. 실제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크면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또한, "경기 전에 조금 떨리고 흥분되기도 한다"라면서도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자신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14타수 4안타 타율 0.286 2타점 2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14일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는 1-0으로 앞선 11회초 1사 2루서 슬라이더를 절묘하게 좌측으로 밀어내며 빗맞은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5타수 2안타 1득점.

1회초에 본헤드플레이가 있었다. 1사 1루서 빗맞은 중전안타를 날린 뒤 오버런을 하다 횡사했다. 만약 키움이 1차전을 내줬다면, 그 주루사는 치명적일 뻔했다. 하지만, 이후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3-0 완승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자신의 말대로 1차전 내용만 보면 '명품 조연'이었다. 알고 보면 그래서 이정후가 키움의 명품 주연이다. 팀에서의 위상, 비중은 말할 것도 없다. 3년차에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을 갖춘 것 자체로 '명품 주연'의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 된다. 숱한 경험을 한 베테랑들도 머리와 육체가 따로 작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정후는 타고난 기질에 수준급 마인드컨트롤로 승부처를 지배한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처음인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선수를 조연이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이미 키움의 '명품주연'으로 활약 중인 이정후가 포스트시즌 경험까지 충분히 쌓는다면 야구의 내공이 더욱 깊어질 게 분명하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이정후가 훗날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가늠해보는 무대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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