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따뜻하게 감싸안고 담담하게 위로하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MD리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1982년 4월 벚꽃이 흩날리던 날에 태어난 김지영(정유미)은 어렸을 때 세계여행을 꿈꾸던 소녀였다. 그는 국문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뒤 남편 대현(공유)을 만나 아이를 낳고 경력단절을 겪는다. 독박육아로 힘들게 아이를 키우던 지영은 언제부터인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을 하기 시작한다. 대현만 알고 있던 지영의 비밀이 양쪽 가족에게 알려지면서 누구나 알지만 아무로 몰랐던 그녀의 삶이 하나씩 드러난다.

‘82년생 김지영’은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녀차별을 겪으며 묵묵히 감내하고 살아왔던 이 땅의 여성들을 따뜻하고 보듬는다. 지영은 할 말은 똑 부러지게 다하고 사는 초등학교 교사 언니와는 다르다. 참고 인내하다가 도저히 참지 못할 때 겨우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하는데, 그 말이 아프게 꽂힌다. 그 아픔은 지영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삶에 무관심했던 주변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여고시절과 사회 초년병 시절을 회고하는 플래시백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지영이 머무르는 일상의 공간을 생생하게 잡아낸 디테일도 뛰어나다. 화장실 몰래카메라부터 여성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다뤄낸 점도 돋보인다. 정유미는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고, 공유 역시 진심을 담아낸 연기로 뭉클함을 안긴다. 지영 어머니 역을 맡은 김미경의 연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고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우리 모두의 영화다. 남성이라면 당신 어머니와 누이와 부인의 이야기일 테니까. 4월 벚꽃이 필 때 태어난 지영은 겨울눈이 내리는 날에 딸 아영을 낳았다.

아영은 엄마 지영보다 더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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