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 회복' 이현승, 두산 불펜에 가을 DNA 심는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이현승(36, 두산)이 두산 불펜에 가을 DNA를 심는다.

두산 팬이라면 지난 2015년과 2016년 이현승의 존재감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불펜의 핵심 전력이었던 이현승은 클로저와 셋업맨 자리를 오가며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했다. 이현승의 한국시리즈 통산 기록은 13경기 1승 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61(14⅔이닝 1자책)에 달한다.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9회초 더스틴 니퍼트와 진한 포옹을 하며 가을의 감동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 속 30⅔이닝 소화에 그쳤던 이현승은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며 재기를 노렸다. 그리고 시범경기 호투로 노력의 결실을 맺는 듯 했지만 초반 등 담 증세와 종아리 근육통이 찾아오며 4월 26일 1군서 말소돼 기나긴 이천 생활을 했다. 2군에서도 잔부상으로 좀처럼 구위가 오르지 않은 탓이었다. 올스타 휴식기 때만 해도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을 올 시즌 플랜에서 사실상 지웠다.

그런 이현승이 마침내 구위를 회복해 지난달 25일 153일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왔다. 가장 중요한 시기서 컨디션이 올라왔다. 이형범, 권혁, 함덕주, 박치국 등 기존 불펜 자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서 김승회와 함께 불펜 운용의 숨통을 틔웠다. 김 감독은 “140㎞ 이상의 구속이 나오면서 불펜을 운영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흐뭇해했다.

복귀 후 3경기 등판 기록도 1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좋다. 지난 1일 NC와의 최종전에선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공헌했다. 올 시즌 복귀가 불투명했지만 후배들과 우승 티셔츠를 입고 2년 연속 정규시즌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 후 만난 이현승은 “팀이 어려울 때 고참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었다. 최근 후배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2군은 사실 낮 경기가 많아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모처럼 긴장감 있는 경기서 던지니 내가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공을 던지며 ‘이게 나였구나’ 했다. 아드레날린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현승의 막판 합류는 3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기존 베테랑 투수인 권혁, 배영수, 김승회와 함께 이형범, 함덕주, 박치국, 윤명준 등 젊은 선수들에게 가을 DNA를 주입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큰 경기에선 구위보다 경험이라는 가치가 우선시된다.

그렇기에 이현승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팀이 상위팀이라 내게도 기회가 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시즌 때 못했던 것들을 가을에 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에 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이현승.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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