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아스달'·'의사요한' 동시 출연…운이 정말 좋았어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황희(31)에게 2019년은 특별하다.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김원석)를 잠깐이라도 본 시청자라면, 이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올해로 브라운관 데뷔 3년 차이지만 존재감만큼은 톡톡히 각인시킨 황희가 그 주인공이다. 17일 마이데일리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무시무시한 얼굴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속된 말을 연달아 내뱉으며 시청자들의 야유를 샀던 대칸부대 전사 무광의 얼굴은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극본 김지운 연출 조수원)에서 선보였던 따뜻한 마음과 에너지가 가득한 한세병원 2년차 펠로우 이유준의 모습이 더욱 반짝였다. 연신 짓는 미소와 진중한 고민들은 연기를 향한 열의로 똘똘 뭉친 배우 황희 본연의 모습이었다.

황희는 쉽지 않은 도전을 해냈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아스달 연대기'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요한'에 합류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토요일 밤 동시간대 경쟁을 벌이게 됐다. 더군다나 고대 판타지와 의학드라마, 완벽히 상반된 장르 및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울 법도 했으나 9시에는 잔인한 전사로, 10시에는 유쾌한 의사로 분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영화 '어벤저스' 히어로 중 한 명인 '팔콘'을 닮았다고 하여 '코리아 팔콘'이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얻었다.

연신 운이 좋았다며 설렘을 드러내던 황희는 "하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며 "촬영이 한 달 정도 겹치기도 했다. '아스달 연대기' 제주 밤샘 촬영을 하고 아침 서울 첫 비행기를 타고 '의사요한'으로 돌아와 의사 연기를 했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 무광으로 기세 넘치게, 건방지게 연기하다가 이유준을 연기하려니 힘이 들어간 적도 있다. '의사요한' 1, 2화를 보면 힘이 안 빠졌다는 게 느껴진다. 반대로 이유준을 연기하다가 무광으로 가면 무광이가 소프트해지기도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청자 분들의 반응은 염려되기보다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이유준이어서 무광에 몰입이 안 된다', '무광이라 이유준에 몰입이 안 된다'는 글은 못 봤어요. 대신 '무광이 이유준이었다고?' 하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구분 지어서 잘 해냈구나 싶죠. 열심히 노력했어요. 계속 메모하면서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굴렸어요. 생각에 젖어 있다 보면 미세하게 말하는 방식이나 표정 같은 게 달라지고 편안해지거든요. 아니면 일부러 무광이처럼 못된 표정을 짓고 있거나 그랬죠."

무백(박해준)의 동생으로 등장한 무광은 철도 없고, 도덕적인 고민 없이 타곤(장동건)의 명령에만 따르는 극악무도한 인물에 가까웠다. 자신의 유약함을 숨기기 위해 보다 더 거침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던 바. 무광 캐릭터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시청자들도 다수였다. 이에 황희는 "이미 김원석 감독님께서 '너는 엄청 욕을 먹을 거니까 미리 준비하거나 안 보는 게 좋을 거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다행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아주 나쁜 놈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었다.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무광 캐릭터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배님들도 악역이 원래 제일 재미있다고 하셨거든요. 굳이 대본에 나와 있지 않아도 제가 조금 더 해도 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극중에서 누군가를 죽이고, 와한족을 약탈하는 장면에서 제 행동들이 과해져도 더 잡아주시고 살려주셨어요. 또 잔인해보이기만 하면 욕만 먹을 거 같아서 여지를 남겨뒀어요. 박해준 형의 철부지 동생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일부러 막 대들고요. 덕분에 간혹 귀여워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웃음)"

황희는 오디션을 통해 '아스달 연대기'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제 이미지에서 오는 게 컸던 것 같다. 저희가 원시적인 배경인데, 제 얼굴은 현대적이지 않다. 몸도 까맣고 곤충 같이 생겼다. 흔하게 볼 수 없는 마스크다. 신선하게 봐주신 듯 하다. 감독님이 '너는 눈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크레이지 아이(Crazy eyes)'가 된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오디션 합격은 늘 감동이에요. 특히 김원석 감독님, 작가님들에 대한 정보를 보고 나서 '내가 여기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기쁨도 잠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어요. 노력을 엄청 해야 했거든요. 지문으로 보면 쉽게 느껴져요. 하지만 그걸 구현해낼 땐 정말 쉽지가 않았죠."

기대에 부응하듯 황희는 '아스달 연대기'의 최고 신스틸러로 꼽아도 될 만큼 두각을 드러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승마를 비롯해 액션 연습에 매진했고 이 모든 건 동료들과 함께 했다. '전우애'를 느꼈다던 그는 "촬영도 길었지만 준비 과정도 굉장히 길었다. 동료 배우들과 모든 훈련을 같이 했다. 군대 이후로 전우애를 느낀 건 처음이다.(웃음) 피와 땀이 깃든 작품이다. 늘 촬영이 끝나면 장동건 선배님이 소고기도 사주시고, 스태미너 음식도 계속 챙겨주셨다. 선배님도 얼마나 힘든 줄 아니까 모든 걸 공유해주셨다"라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미담도 슬쩍 풀었다.

"송중기 형님은 되게 사람이 라이트해요. 저는 스타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봤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도 회사로 프로틴 두 박스를 보내주실 정도니까요. 와한족 배우들에게는 패딩도 선물하시고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또 자기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웃음) 그래서 형이라고 했죠. 박해준 형님은 제가 연기적으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인 믿음이 있던 배우였는데, 실제로 마주치니 더 멋있는 형이었요. 허술한 면도 있어서 좋았어요."

지난 7일 종영한 '의사요한' 출연도 황희의 열띤 노력이 기반이 됐다. 황희는 "오디션에 왜 붙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조수원 감독님과 작가님이 (오디션장에서) 절 보고 깜짝 놀라셨다. 당시엔 이미 '아스달 연대기' 무광의 외모였다. 공항 검색대에서 다시 검사할 정도였다. 제가 생각하기엔, 대본 4페이지를 다 외워갔는데 거기에 감동을 받으셨던 것 같다. 감독님이 '바쁜 와중에 이걸 다 외워온 사람은 너였다. 이번 작품 아니라도 나중에 함께 작업하자'고 하시더라. 태도를 보신 것 같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의학드라마이다 보니까 언어도 굉장히 어려웠어요. 괜히 더 발음 굴려서 있어 보이고 싶고, 일상용어처럼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서 자문 선생님께 계속 여쭤봤죠. 그런데 정작 자문 선생님은 그렇게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배우가 단순히 대사를 외워서만 가면 이 병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잘 몰라요. 그래서 얼마나 심각하게 해야 할지, 계산적으로 계속 물어봤죠. 입에 안 붙으면 100번씩 해보고, 단순하게 연습했어요."

지난 2013년 연극 '마법사들'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황희는 '작업의 정석', '러브이즈' 등 소극장 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져왔다. 마침내 2017년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고, '아스달 연대기'와 '의사요한'에 연달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출연 작품은 많지 않으나 굵직한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며 한층 더 성장한 셈이다.

'연기 외길 인생'이라는 말로 자신을 표현하던 황희는 "인문계를 나오긴 했으나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 외도는 없었다. 외길 인생을 살았다.(웃음) 물론 제가 원치 않게끔 흘러갈 때가 많았고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언젠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고등학생 때 영화 '박하사탕'의 설경구 선배님을 보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막연하게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라고 연기 시작 계기를 밝혔다.

"드라마 진출은 이범수 선배님을 만나게 되면서 하게 됐어요. 제가 원하는 건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거예요. 그래야 배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믿고 있거든요. 제 '황희'라는 예명도 선배님이 지어주셨어요. 본명은 김지수에요. 이름에서 오는 임팩트가 있는 배우들을 보면 굉장히 부러웠거든요. 저도 그런 힘 있는 임팩트 있는 이름을 가지고 싶다고 가볍게 말씀을 드렸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웃음) 여러 보기들 중 하나가 '황희'였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황'이 아주 세게 느껴지고 '희'자가 부드럽게 희석시켜주는 것 같아요."

데뷔 3년차이지만 1988년생인 황희. 어린 나이는 아니다. 황희는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다며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조바심은 늘 있었다. 25살에는 '지금쯤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두 살 더 먹으면 '그 땐 어렸지' 싶었다. 그러다가 또 조바심이 들더라.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반복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오히려 그걸 내려놓게 됐다. 그런 기운들이 지금 편하게 작용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늘 불안함을 가지고 살죠. 다만 이제 출발선상에 섰다는 느낌은 들어요. 이전에는 막연하게 아무것도 안 보였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죠. 하지만 이 세계가 방심할 수 없는 세계란 걸 잘 알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로, 열심히, 오디션에 임할 거예요. 제가 정말 잘 돼서 대본이 쌓이지 않는 이상 계속 해서 제 PR을 해야죠.(웃음)"

배우로서 '인사성'만은 결코 잃지 않겠다던 황희는 "인사성은 곧 인성이라고 본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이해하는 그릇도 커야 하지 않겠나. 사람을 연기하는 직업이니,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내가 작품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해서 크게 기뻐할 필요도 없고 안 되고 있더라도 힘들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가고 싶다"라며 담담히 자신의 소신을 밝혀 향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자연스러운 배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무광은 그 시대에 살고 있다가 나온 사람처럼 보이길 원했고, 이유준도 영웅 같은 의사가 아니라 옆에 사는 인간적인 의사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모든 작품에서 제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이질적인 것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연기해서 공감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SBS 제공, tvN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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