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여유·노력, 특급 외야수 이정후의 키워드 셋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특급 외야수로 성장한 키움 이정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정후가 특급 외야수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2017년 데뷔시즌에 전 경기 출전, 타율 0.324 2홈런 47타점 111득점을 기록할 때만 해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작년 잦은 부상 속에서도 109경기서 타율 0.355 6홈런 57타점 81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2019년. 생애 첫 최다안타왕과 200안타에 도전한다. 131경기서 타율 0.339 183안타 6홈런 67타점 85득점. 보통 선수의 애버리지(타율을 넘어선 선수의 종합적인 능력치 혹은 임팩트)를 3년 주기로 평가한다. 3년 연속 3할2푼, 150안타를 넘긴 이정후의 애버리지는 최소 3할이다.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로 대부분 타자의 각종 수치가 나빠졌다. 그러나 이정후는 지난 2년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데뷔하자마자 3년 연속 리그 최정상급 기록을 남기며 국가대표급 외야수로 입지를 다졌다. 이변이 없는 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될 듯하다.

그렇다면 특급 혹은 국가대표급 외야수로 거듭난 이정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아버지 이종범 LG 2군 총괄코치에게서 물려 받은 DNA의 힘은 분명히 있다. 추가로 장정석 감독은 11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세 가지 키워드를 들었다. 루틴, 여유, 노력이다.

일단 장 감독은 "3년째 꾸준히 활약하면서 자신만의 루틴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수는 누구나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업&다운을 겪는다. 이정후 역시 그래프의 등락은 분명히 있었다. 장 감독도 "2주 전에 좋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1개월 단위로 뜯어보면 사실상 긴 슬럼프는 없었다. 3월 0.226에 그쳤지만, 단 8경기만 치렀을 뿐이다. 4월 0.302, 5월 0.345, 6월 0.367, 7월 0.286, 8월 0.339, 9월 0.607. 7월에 살짝 부진했다고 해도 절대적인 시각에선 부족한 성적이 아니다. 장 감독은 "올 시즌 슬럼프다운 슬럼프는 한~두 번이었다. 이젠 (꾸준히 활약하는)방법을 아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유는 수비를 의미한다. 이정후는 유격수 출신이다. 히어로즈 입단 후 본격적으로 외야 수비를 했다. 실제 신인 시절만 해도 다소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이정후의 수비에는 상당한 안정이 느껴진다. 좌익수 비중이 높지만, 중견수, 우익수 수비도 능숙하게 소화한다.

장 감독은 "첫 시즌에는 타구판단능력이 조금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무리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서 타구판단능력이 향상됐다. 여유가 느껴진다.

장 감독은 "이젠 무리하게 잡는 모습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타구판단능력이 좋아졌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정교한 타격에 어깨도 좋고, 발도 매우 빠르지 않아도 좋은 수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주력은 된다. 사실상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타고난 재능과 경험으로 지금의 이정후가 만들어진 건 아니다. 장 감독은 노력도 뒷받침됐다고 본다. 이정후는 작년 10월20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김회성의 타구를 처리하다 왼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을 다쳤다. 11월7일 수술을 받았고. 재활까지 6개월을 잡았다.

장 감독은 "(복귀는)빨라도 4월 말이라고 봤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정후는 예상을 뒤엎고 시범경기부터 정규시즌까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장 감독은 "작년 12월부터 재활을 쉬지 않고 했다는 뜻이다. 물론 트레이닝 파트에서 한 명이 전담으로 이정후를 돌본 건 맞다. 그러나 회복력이 그렇게 빨랐던 건 이정후 본인이 노력한 결과다. 그 성실성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라고 단언했다.

이밖에 장 감독은 "나머지는 자신감, 멘탈이다. 입단 후 내야에 있었으면 아직도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돌아봤다. 결국 국가대표급, 특급 외야수라는 말은 주어진 기회를 잘 잡은 이정후 스스로 만든 수식어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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