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요, 제발"…'라디오스타' 윤종신, MC생활 12년 차에 찍은 쉼표 [MD리뷰]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가수 윤종신이 12년 동안 MC자리를 지켜온 '라디오 스타'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1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윤따의 밤' 특집으로 펼쳐져 영화감독 장항준, 개그맨 유세윤, 작사가 김이나, 가수 박재정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은 윤종신의 마지막 '라디오스타' 녹화였다. 윤종신은 2020 월간 윤종신 '이방인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해외로 떠난다.

윤종신은 "'이방인 프로젝트'는 매년 발매했던 '월간 윤종신'의 일환"이라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것들을 써 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내 노래 속에서 힘들고 외롭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여기서는 그럴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하차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윤종신은 "'진짜 내편이 없는 이방인의 삶을 살아본 적이 있나?' '그런 경험 없이 내가 음악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계속 했다"며 "고민에 대해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아내는 바로 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말을 덧붙이며 윤종신은 "아내 전미라는 테니스 선수 생활 동안 10년 넘게 해외를 돌아다녀서 이방인의 느낌을 잘 알고 있다"며 "반면 아이들은 내게 계속 언제 가냐고 질문한다. '아빠방은 이제 내가 써?'라고 물어보기까지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윤종신은 "내가 1990년에 데뷔했다. 그 후 20년 동안 방송 어디든 계속나왔다"며 "이제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월간 윤종신' 소식을 전하기 위해 SNS는 계속 할 거다"라고 결심을 전했다.

게스트들의 덕담도 이어졌다. 유세윤은 "예전에 뮤지랑 함께 있었던 술자리에서 '이방인 프로젝트'에 대해 기사가 나가기 전 미리 들었었다"며 "처음에 들었을 땐 생소했다. 하지만 '라스'에서 휴가도 없이 한 번도 안 쉰 적도 몰랐다"며 윤종신의 결심을 이해했다.

장항준은 "20대 ??는 윤종신을 보고 '이렇게 게으른 사람이 없을 거다'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지금의 윤종신을 보고 '누군가에게든 언젠간 열심히 사는 순간이 오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이나는 "그동안 윤종신의 SNS나 방송을 보면 저절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게 감지됐었다"며 "그 점을 알고 쉰다고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이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정말 대단하다. 정해진 날짜에 웰 메이드로 마감을 딱딱 지키는 건 동종 업계에 임하는 사람으로서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할 얘기가 계속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윤종신의 음악적 열정을 칭찬했다.

이후 함께 방송을 진행한 MC들과 제작진들의 선물이 공개됐다. 김국진은 태극 마크가 그려진 런닝화를 선물해줬고, 김구라는 페도라와 하와이안 셔츠, 책과 100유로를 선물했다.

안영미는 깊이 생각하고 선물한 거라며 휴대용 비데를 선물했다. 또한 제작진은 1회부터 현재까지의 방송 컷으로 만든 윤종신의 액자를 선물했다.

이후 윤종신은 '남겨진 이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노래'라는 주제로 본인의 노래 '늦바람'을 선곡했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에 대한 기사가 나갔을 때 발매된 곡"이라며 "모두가 50살은 꺾이는 나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인생의 딱 가운데라고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윤종신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섰을 때 윤종신의 아내 전미라와 아들 라익이의 깜짝 영상편지가 공개됐다.

전미라는 "사실 과거에 오빠가 내게 '시합 다니면서 이방인으로 살아본 기분이 어때?'라고 부러운 듯 물어봤을 때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미라는 "어느덧 결혼한 지 13년이 흘렀다. 우리 가족은 누구보다 오빠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이해하고, 지지한다"며 "가서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응원의 말을 전했다.

또한 라익이는 "미국 가서 총 조심하고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잘 지내라. 아빠가 좋은 나라에 있을 때 놀러 가겠다. 보고싶을 때 편지하겠다"며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윤종신의 노래가 끝난 후 MC들도 윤종신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안영미는 "들어온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이별하려 하니까 아쉽다. 이제 진정성 있는 방송을 하려 했다. 다시 오시면 그때 좋은 방송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시종일관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던 김구라는 "나도 해외에 나가봤지만 아주 지루하다. 지루한 14개월이 되길 바란다.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가 있는 동안)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면서 50대에는 가족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윤종신의 짝꿍이었던 김국진은 "12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내 옆에 종신이가 함께 있었다. 고맙고, 12년 동안 봐온 종신이는 정말 멋있는 친구였다. 앞으로도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고 감동적인 말을 했다.

방송 말미엔 윤종신이 시청자를 향해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윤종신은 "12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 나의 동력이었다. 그 힘으로 자극을 받고 반성도 했다. 12년 동안 '라디오스타'의 한 축을 담당해 영광이고, 내 이야기에 웃어주고 공감해주셔서 고맙다. 노래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윤종신은 "'라디오스타'는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그리고 윤종신은 돌아오면 만나요, 제발"이라고 인사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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