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하워드의 도전과 현실, 그리고 변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겠다."

오리온 조던 하워드(23, 180cm)는 올 시즌 KBL 10개 구단 외국선수 중 가장 신장이 작다. 신장제한이 풀리면서 대부분 구단이 스트레치 빅맨 혹은 장신 포워드를 선발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빅맨 없이 2019-2020시즌을 맞이한다.

하워드를 9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만났다. LG와의 연습경기. 마커스 랜드리와 비슷한 시간을 분배 받았다. 센트럴 아칸사스 대학 4학년 시절 경기당 평균 25.1점을 올릴 정도로 빼어난 득점력이 강점이다. 슛 거리가 길고 정확한 게 최대강점이라는 평가. 그러나 LG전서는 슛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다.

LG가 스크린을 받은 하워드에게 파이트스루로 대응하면서, 하워드는 슛 대신 돌파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돌파력과 부드러운 플로터, 날카로운 패스, 좋은 운동능력을 앞세운 빠른 트랜지션 등이 돋보였다.

하워드는 "아직 KBL에 적응하는 기간이다. 맞춰가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일승 감독은 빠른 트랜지션과 적극적인 공격가담, 수비할 때 볼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워드는 오리온 합류 후 4경기를 치렀다. 전통적으로 단신 외국선수들은 장신 외국선수들에 비해 KBL 적응속도가 느리다. KBL 특유의 조직적인 팀 디펜스 격파에 앞장서야 하는 포지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방어, 트랩 등 대학 및 G리그 시절 많이 경험하지 못한 팀 디펜스를 익히는 것도 숙제다. 오리온은 골밑이 약하다. 때문에 추 감독은 올 시즌 역시 변화무쌍한 수비전술을 들고 나올 게 분명하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하워드의 성공 여부를 전망하는 건 이르다.

하워드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저 정도면 국내가드들은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장이 큰 국내선수들을 붙이지 않는 한 컨디션 좋은 하워드를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리온으로선 이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오리온은 박재현이 어깨수술로 빨라야 내년 2월, 최악의 경우 시즌 아웃 가능성도 있다. 한호빈과 최승욱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볼 수 없다.(그나마 최승욱은 빠르면 10월에도 복귀 가능) 이현민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국내 1번 자원이 전멸할 뻔했다. 10일 SK에 장문호를 내주고 장태빈을 영입, 가드진을 보강하며 급한 불을 껐다.

반대로 하워드가 KBL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오리온이 가드진 약화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추 감독도 "지금 최대고민은 가드"라고 했다. 시즌 막판 체력부담을 드러낼 수 있는 베테랑 랜드리에게 40분 내내 공격 1옵션을 맡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하워드의 성공적인 정착이 오리온의 올 시즌 운명을 가른다.

변수도 있다.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다. 외국인 빅맨이 없는 오리온은 돌아온 장재석과 이승현, 베테랑 박상오 등이 시즌 내내 상대 외국인 빅맨 수비를 해야 한다. 장재석은 LG 버논 맥클린, 캐디 라렌을 상대로 1대1 공격을 성공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들의 골밑 공략도 버거워했다. 장재석과 이승현의 부하가 커질 경우 대체 외국인 빅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하워드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랜드리나 하워드 중 한 명은 입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하워드가 KBL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외국인 신장제한 폐지로 빅맨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였던 구단들의 풍토가 조금 달라질 가능성도 생긴다. KBL은 외국인 신장제한 폐지 및 최대 두 명 보유와 한 명 기용을 최소 세 시즌 동안 유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하워드는 "돌파를 많이 했는데 슛과 돌파의 비중을 정해놓고 경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수비자가 밑으로 처지면 어디에서든 슛을 던질 수 있고, 붙으면 돌파로 해결할 수 있다. 오리온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하워드(위), 대학 시절 하워드(아래). 사진 = 고양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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