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이정은, 귀엽고도 무서운 배우를 만났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국내 연예계의 '러블리'(lovely) 3대장이 있다. 공블리 공효진, 마블리 마동석에 이어 '미스터 션샤인' 캐릭터로 '함블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우 이정은이다.

이정은은 여러 연극 무대와 드라마, 영화에서 매번 새로운 얼굴로 연기 변신을 선보여왔는데, 특히 올해에는 도드라지는 활약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이정은은 문광 역할을 맡아 조여정이 연기한 집 주인 연교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캐릭터로 소개됐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서 그의 역할은 상상 그 이상. 그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부터, '기생충'의 장르는 가족 드라마에서 공포 스릴러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낭보 이후, 이정은을 만났다. 이정은은 당시,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1회 촬영에 한창이었는데 걱정거리를 한가득 짊어진 모습이었다. 정식 인터뷰를 마친 뒤,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1회를 찍고 있는데 너무 무서워. 나는 귀여운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무서운 걸 어떻게 찍을까 몰라"라며 특유의 애교섞인 모습으로 걱정스러워했다.

김용키 작가의 8억뷰 인기 동명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가 OCN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극 중 고시원 주인 엄복순 역할 가상 캐스팅 0순위는 이정은이었다. 이정은은 소위 말해, 모두가 제격이라고 말해 자의반 타의반 등 떠 밀려 시작한 독특한 케이스. 하지만 이정은의 걱정과 달리, 첫 회부터 웹툰을 찢고 나온 그의 엄복순 연기는 다분히 그 전의 걱정들이 엄살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웹툰에서보다 더욱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엄복순의 태도들은 이정은의 싸늘한 눈빛과 대사 처리를 통해 더욱 살아있는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극 중 윤종우(임시완)에게 "여기 이제 착한 사람들만 남았어, 그렇지?"라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대사나,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은 고시원 사람들을 지휘하는 듯한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조연출 출신으로 업계에 발을 딛었던 이정은은 대본에 쓰여있는 말의 행간을 정확히 살릴 줄 아는 배우다. 앞서 '기생충' 대본연습 당시 자신만의 캐릭터 표현법으로 대사를 읽었고 '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크게 좋아했다는 에피소드에서도 이정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체구에 귀여운 이목구비를 가진 이정은은 연극 무대를 거쳐 영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무한대로 발산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영화 '옥자'에서 목소리 연기를 했던 이정은은 독특한 도전들을 즐긴다. 특히 사람이 내는 음성에 많은 관심이 있는 그는 '기생충'에서도 관객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다. 캐비닛을 밀어내기 위해 옆으로 공중에 매달려 버티는 장면에서, 엎드려서 대사를 했을 때의 말의 전달력과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공포, 캐릭터의 심경이 어떻게 달라질지까지 고민했던 배우다.

이정은은 '타인은 지옥이다' 투입에 대해 "모 아니면 도인데, 이야기에 누가 되면 안 될텐데 큰일이다"라며 걱정하면서도 "'기생충'도 사실, 제가 얼굴이 귀염상인데 공포감이 느껴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난 스스로도 너무 귀여운데!"라며 특유의 러블리한 면모를 보였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집중해서 보다가 너무 무서울 때는, '함블리'다운 귀여운 그와의 인터뷰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복순이 썰고 있는 고깃덩이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무서움이 엄습한다. 결국 그는 화면을 뚫고 나오는 배우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CJ엔터테인먼트-OC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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