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은의 안테나] 장동민 논란…불편하게 만든 '플레이어' 제작진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별게 다 논란? 논란은 케이블채널 XtvN '플레이어' 제작진이 자초했다.

'플레이어'는 여러 예능 포맷을 빌려와 콩트 형식으로 재해석하는 예능.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엠넷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했는데, 이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쟁점은 '미성년자 여성 래퍼 하선호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한 성인 남성 장동민'과 '자극적인 자막을 더해 내보낸 제작진의 편집 방식'이다.

심사위원 역할을 맡은 장동민이 하선호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했고, 하선호가 자신은 열여덟 살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장동민은 탈락시켰다. 이 장면만 보면 미성년자 여성에게 번호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당락의 결정권자인 권력을 지닌 성인 남성이 다음 라운드 진출을 막은 셈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장동민의 개그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콩트라지만 현실에서 존재하는 피해 양상인, 남성의 권력 남용 혹은 '갑질'을 일차원적 웃음으로 소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옹호하는 이들은 장동민은 하선호가 미성년자임을 몰랐을 뿐더러,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장동민은 하선호의 나이를 듣고 잠시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비난과 옹호가 맞붙으며 남녀 갈등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일부 시청자라도 불편하게 만든 건 제작진 탓이 크다.

프로그램 특성상, 고정 멤버들은 어떤 퍼포먼스를 해도 합격하고 게스트는 빼어난 실력으로도 탈락한다. 장동민은 단지 이러한 방식을 따랐을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하선호의 탈락을 두고 '번호 안 줘서 탈락'이라고 설정했고 네이버 TV 클립 제목은 '하선호에게 번호 요청? 철컹철컹 MC 등극'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미성년자에게 추파를 던졌지만 거절당해 권력으로 복수한 성인 남성'의 프레임은 제작진이 씌운 꼴이다. 수갑을 표현하는 '철컹철컹'이라는 단어 사용으로 범죄를 희화화한 듯한 오해의 소지도 남겼다.

장동민도 온전히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다른 참가자인 빅스 라비에게는 "실력으로만 뽑는 게 아니다. 인터넷으로 보시면 안다"라며 탈락 핑계를 대 웃음을 자아낸 반면, 하선호에게는 여성 평가자였기에 가능한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래퍼'가 아닌 '여성'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가능한 개그다. 이미 여러 차례 여성 비하적인 표현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장동민이기에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또 장동민?'이라는 대중의 반응은 당연하다.

제작진은 '비난 폭주', 사이렌 모양 등의 자막으로 비판하는 척 태도를 취했지만 결국 교묘하게 유머로 활용했다. 예능은 다큐가 아니다. 하지만 웃음이라는 친근한 방식으로, 가장 손쉽게 시청자들에 침투할 수 있는 장르다. 따라서 제작진이나 장동민 같은 웃음 창작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예민한 윤리적 성찰도 필요하다. 시청자들 또한 개그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 = XtvN 제공, XtvN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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