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QS에 5승, 레일리가 안타깝고 고마운 공필성 대행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충분히 10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다."

올 시즌 롯데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만큼 불운한 투수가 있을까. 25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17차례 달성했다. 리그 6위. 평균자책점은 3.67로 12위다. 피안타율도 0.267로 14위다. 심지어 리그 투수들 중 다섯 번째로 많은 154⅔이닝을 소화했다.

초특급 투수는 아니지만, 어느 팀에서든 주축 선발을 맡을 수 있다. 이런 투수의 기록이 고작 5승11패다. 지독하게도 승운이 없다.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한 17경기서 4승6패. 스스로 무너진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잘 던지고도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공필성 감독대행은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불운이라고 해야 하나, 고사라도 지내야 하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선발투수는 무조건 승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이 붙는다"라고 말했다.

2차 스탯이 주목을 받으면서 더 이상 선발승이 선발투수의 가치를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 선발승 확률 자체가 떨어진다. 하지만, 공 감독대행 지적대로 선발투수에게 승리는 동기부여, 마인드컨트롤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공 감독대행은 레일리가 안타깝고 고맙다. "레일리가 승운이 없는데도 매 경기 열심히 던진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투수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보다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레일리는 장, 단점이 명확한 투수다. 좌완으로 디셉션이 좋고 투구 궤적이 스리쿼터에 가깝다. 좌타자에겐 상당히 까다롭다. 그러나 제구에 기복이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 제구가 되지 않을 때 난타를 당하는 경향도 있다.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34,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281 7피홈런.

공 감독대행은 "오른손타자에게 약하다고 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느껴서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록상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 대행은 "레일리가 오른손타자에게 몸쪽으로 팍팍 승부했으면 좋겠다.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면 실투가 나온다. 레일리의 공이 누구에게나 치기 쉬운 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야수들이 도와야 한다. 레일리는 필연적으로 상대 1~2선발과 많이 맞대결한다. 그만큼 롯데 타선이 레일리 등판 경기서 상대 1~2선발투수들을 깨지 못했다는 뜻이다. 롯데가 최하위에 머무르는 이유 중 하나다.

공 감독대행은 "상대 1~3선발을 깨야 강팀이다. 레일리는 기복이 있지만, 충분히 10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라고 말했다. 레일리의 행보에 롯데의 현주소가 보인다.

[레일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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