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KIA 젊은 불펜, 성장통이라 하기엔 너무 아프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KIA가 자랑하는 젊은 불펜이 9회말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와르르 무너졌다. 성장통이라 포장하기엔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KIA가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전날 고척에서 키움을 만나 연장 12회 끝에 5-5 무승부를 거두며 최근 4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같은 시간 잠실에서 5위 NC가 LG를 제압, 이제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가 9경기까지 벌어졌다. 3경기를 좁히는 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는 걸 감안했을 때 기적이 일어나야만 올 시즌 KIA에게 가을이 생긴다.

22일 키움전에 앞서 4연패 늪에 빠져 있는 KIA였다. 한 때 5강 싸움의 다크호스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불안한 선발진과 잦은 실책으로 동력을 잃었다. 그런 가운데 올해 가장 믿을 구석인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로 등판했다. 5위가 사실상 멀어졌다고 하나 아직 29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연패를 빨리 끊고 유종의 미를 향해 달려야 했다. 경기 전 만난 박흥식 감독대행도 “여전히 포기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선수들의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양현종은 양현종이었다. 전날 역시 상당히 안정적인 투구로 팀 타율 1위(.282) 키움 타선을 8이닝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최근 18경기 13승 3패 평균자책점 1.19의 기세를 그대로 잇는 투구였다. 5회까지 투구수가 56개, 8회까지도 89개에 불과했다. 타선의 5점 지원과 함께 완봉승을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였다. 그러나 KIA 벤치는 에이스 관리 차원에서 무리하지 않고 9회 아웃카운트 3개를 구원진에게 맡기기로 했다.

올해 KIA의 최대 소득은 하준영, 전상현, 문경찬 등이 버티는 젊은 불펜이다. 그 동안 고질적인 뒷문 불안에 시달렸지만 불펜 리빌딩에 성공, 박준표, 하준영, 전상현이라는 든든한 셋업맨과 마무리 문경찬을 발굴했다. 올해 팀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면 선발과 타선 부진은 있어도 불펜 난조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전날 9회도 그랬다. 5점 리드 속 아웃카운트 3개는 이들에게 그리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다. 올해 더 극한 상황서도 제 역할을 해냈기에 경기 마무리가 눈앞에 보였다.

너무 안일한 태도로 마운드에 오른 탓일까. 하준영이 예상 밖 선두타자 서건창을 7구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하성의 안타로 무사 1, 3루에 처했다. 그래도 5점 차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침착하게 늘려나갔다. 이정후를 1루수 야수선택, 계속된 1사 1, 2루서 박준표가 박병호를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이제 양현종과 팀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1개였다. 그러나 샌즈-박동원에게 연달아 추격의 적시타를 허용했고, 불을 끄러 올라온 마무리 문경찬이 대타 송성문에게 뼈아픈 우월 동점 3점홈런을 헌납했다. 견고함을 자랑한 KIA 불펜이 단 번에 붕괴된 순간이었다.

KIA 불펜의 주축들은 아직 나이가 어리며 1군 경험도 부족하다. 하준영, 문경찬은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다. 그렇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이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22일 선발은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침체된 분위기 속 홀로 8이닝을 책임지며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타선 역시 모처럼 득점권 응집력을 발휘, 5점을 뽑았다. 그렇다고 9회말이 터프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하준영-박준표를 거쳐 마무리 문경찬까지 등판해야 했고, 2아웃에서 5실점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성장통이라고 포장하기엔 너무나도 뼈아픈 전날 패배였다.

[하준영(첫 번째), 양현종(두 번째).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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