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수 있을 때 투입” KT 이강철 감독의 ‘불펜학개론’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총 16⅓이닝 무실점. 최근 5경기에서 KT 불펜투수들이 합작한 성적이다. KT가 5연승을 내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KT 위즈는 지난 20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홈경기에서 6-0 완승을 거뒀다. KT는 5연승 및 키움전 3연승을 이어갔다.

KT는 5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불펜투수들이 총 16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경기 중반 이후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고, 이를 토대로 상승세를 이어왔다는 의미다. 실제 KT는 후반기 불펜 평균 자책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백미는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2연전이었다. KT는 지난 17일 이대은을 조기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대은은 2⅓이닝 무실점하며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응답했다. 이어 마무리투수로 투입된 주권도 아웃카운트 2개를 깔끔하게 따냈다.

기세가 오른 KT는 18일에도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KIA를 제압했다. 선발 등판한 라울 알칸타라가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한 KT는 주권이 1⅓이닝 무실점했고, 전날 많은 투구를 소화한 이대은 대신 마무리투수로 나선 김재윤도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KIA와의 2경기에서 불펜을 보며 나도 ‘세다. 정말 좋아졌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운을 뗀 이강철 감독은 “얼토당토 않는 상황에서 내보내진 않다 보니 불펜투수들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싸울 수 있을 때, 갖고 있는 구종으로 이길만한 타자나 상황일 때 불펜투수를 투입한다. 선수들도 이를 통해 자신감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20일 키움전에서도 한 템포 빠르게 투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이강철 감독은 KT가 4-0으로 앞선 6회초 2사 1, 3루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왔던 배제성 대신 주권을 투입했다. 주권은 서건창을 1루수 땅볼 처리, 기대에 부응했다.

배제성은 이에 대해 “사실 나도 교체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운드를 내려간 후 생각해보니 주말 등판을 내다봐야 했다. 키움이 1득점씩 추격하다 보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었다. 실점이 안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교체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말 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KT는 비록 시즌 출발이 유쾌하지 않았지만, 최근 기세는 대단히 좋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28경기 남겨둔 6위 KT와 5위 NC 다이노스의 승차는 단 1경기. 충분히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도 기대할만한 페이스다.

불펜 전력을 통해 과감히 승부, 파죽지세를 이어온 이강철 감독은 시즌 막바지를 맞아 또 하나의 승부수를 준비했다. 이강철 감독은 “그동안 없는 살림에도 3연투를 시키지 않는 것은 지켜왔지만, 다음 주는 승부처다. 상황에 따라 3연투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투구수에 무리가 되는 상황이면 (3연투는)없겠지만, 승부를 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이 언급한 승부처는 27일부터 28일까지 NC를 상대로 치르는 원정 2연전이다. 5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두 팀이 직접적으로 맞대결하는 만큼, 훗날 시즌을 돌아봤을 때 양 팀의 명암을 가른 2연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앞두고 예열을 마치는 게 우선이다. KT는 키움-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를 차례로 만나는 이번 주에 NC를 사정권에서 압박할 수 있는 레이스를 이어가야 한다. 물론 5위 자리를 되찾은 후 창원으로 이동한다면 더 없이 좋은 시나리오다. 구단 역사를 새로 쓸 채비를 마친 KT 불펜이 이강철 감독의 지론 아래 위력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강철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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