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가 공격포인트 11개...김상원, "안양 축구가 좋다"

[마이데일리 = 안양 안경남 기자]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FC안양이 상승세가 거세다.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최근 8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선두권 추격에 불을 지폈다. 선두 광주FC의 무패를 저지한 것도 안양이다. 지금의 기세라면, 1부 승격도 결코 꿈은 아니다.

조규성, 알렉스, 팔라시오스로 이뤄진 삼각 편대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안양 돌풍의 또 다른 주역 김상원의 활약도 눈부시다.

3-4-3 전술의 왼쪽 윙백인 김상원은 23경기를 소화한 현재 6개 어시스트로 도움 부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수비수임에도 득점도 5골이나 된다. 공격 포인트가 무려 11개다. K리그2 전체 7위로, 공격포인트 1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 수비수는 김상원이 유일하다.

13일 안양 팀 훈련을 앞두고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상원은 “솔직히 시즌 전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하는 건 사실이다”고 웃으며 “사실 공격포인트에 목표는 없었다. 제주를 떠나고 어렵게 안양에 왔기 때문에 팀에 보탬이 되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계속 뛰다보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주위 동료들이 잘 넣어줘서 많은 도움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으로 2014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데뷔한 김상원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신분이 됐다. 새 팀을 찾던 중 우연히 제주로 동계훈련을 온 안양에 테스트를 받았고, 김형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김상원은 “그동안 선수로서 결과가 좋지 못해 올해 더 간절했다. 그래서 모든 걸 쏟겠단 각오로 훈련을 한 것 같다. 가정이 생기고 아들이 태어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무조건 살아남아야겠단 생각만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육아도 힘들지만, 아이를 보면 힘이 생긴다. 또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내도 고맙다”며 웃었다.

김형열 감독의 지옥훈련을 이겨낸 김상원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제주 시절 왼쪽 풀백부터 미드필더, 윙어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던 그는 안양의 붙박이 왼쪽 윙백 포지션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아다녔다.

김상원은 “안양의 축구 스타일이 저와 잘 맞는다. 수비 조직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김형진이 제가 올라간 자리를 잘 커버해줘서 마음 놓고 오버래핑을 할 수 있다. 평소에도 서로 움직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런 부분에서 하나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공격포인트로 이어졌다. 김상원은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경기 전에는 포인트에 대해서 생각 안하는데 경기 끝나고 제 이름이 도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걸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공격포인트에 집착하면 오히려 경기가 잘 안 된다”고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이영표를 롤 모델로 꼽은 김상원은 “제주 시절에는 어려서 막무가내로 열심히만 뛰어다녔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경험도 쌓았고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의욕이 앞섰다면 지금은 자신있게 저돌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목표는 안양의 1부 승격이다. 김상원은 “일단 팀으로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가는 것이다. 당장 승격이란 욕심보단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들떠 있지도 않다”면서 한 발씩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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