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35]강릉 풍호마을 연꽃 축제, 올 여름 최고의 힐링공간 될 듯

1년을 기다린 ‘풍호마을 연꽃 잔치’ 7월25일 개막

본격적으로 여름휴가 막이 올랐다. 아이들 여름 방학을 맞아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인 학부모들이 최고의 힐링 장소를 내게 묻는다면 단연코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3리 풍호마을을 추천한다. 오는 7월25일부터 28일 까지 4일간 풍호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연꽃 축제는 역사 문화와 지역 특산물, 가족화합을 다지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 기차 길을 끼고 있어 사방팔방이 절경인 풍호리에는 자연 늪지에 만발한 연꽃이 일품이다. 연꽃 사이로 난 관람로에 야간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저녁노을이 지면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엄지척 포토존이다. 시원한 물가 사이로 난 연꽃길을 그냥 걷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풍호마을인데 마을 사람들이 정(情)을 듬뿍 얹어주니 각박한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009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풍호마을 연꽃축제는 정 많은 축제로 입소문이 났다. 여느 축제장에서 느껴보지 못한 정(情)이 골목골목에서 묻어나 관람객들은 외갓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하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오랫동안 지역축제 총감독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축제장 준비를 하는데 있어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점이다. 지자체와 축제준비위원회, 주민들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아 힘이 빠질 때가 많은데 강릉시 풍호마을은 주민이 먼저 나서서 축제추진위원회와 호흡을 맞춘다.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시원하고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조롱박 터널을 만들고, 체험에 쓸 배를 손질하는 등, 마을 주민들이 역할 분담을 해서 일사천리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더 좋은 점은 주민의 이런 노력이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축제 추진위원회 박종훈 위원장, 풍호마을 노인회장이자 이장직을 맡고 있는 석흥기씨의 인덕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박종훈 위원장과 석흥기 노인회장님은 올 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나흘간의 연꽃 축제를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연꽃 만들기 체험, 그네체험, 갯배체험, 파래 체험, 소원 풍등 날리기 등의 체험행사를 비롯해 연잎밥, 연아이스크림, 연잎 국수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놓고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강릉시 (김한근 시장) 관계자는 “풍호마을이라는 역사성과 연꽃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과 공연으로 마을주민의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마을홍보와 도농교류를 유도하는 농촌축제로 매년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있다. 1년을 기다려온 <제11회 강릉 풍호마을 연꽃 축제> 놓치면 크게 후회할 지도 모른다.

사라버린 호수, 되살려낸 연꽃 추억

단풍 풍(楓), 호수 호(湖), 단풍 곱게 물든 호수라는 이름을 가진 풍호 마을엔 지금은 호수가 없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풍호’라는 석호가 있었다. 강릉 향토지 <임영지>의 기록을 보면, 풍호의 둘레는 약 4km. 면적은 약 30만 평에 달한다고 나와 있다. 호수 주위에 단풍나무가 우거져 여름엔 단풍 향기가 그윽했고,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이 호수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고도 한다. 신라시대엔 화랑들이 시를 읊고, 뱃놀이를 했었다고도 전해진 유서 깊은 풍호 중심에는 연꽃이 만발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풍호는 바다의 파도가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낸 자연호수다. 파도가 바닷가 모래를 둑처럼 떠밀어 올려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냇물을 막아 호수가 된 것인데 이런 호수를 석호라고 부른다. 모랫둑이 생기니 자연히 거기에 호수가 생긴 것. 풍호 같은 석호의 특징은 수심이 낮고 물결도 잔잔하다. 강릉 경포대, 속초 영랑호 등이 석호다. 강릉 경포대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하늘, 바다, 호수, 술잔, 님의 눈동자가 뜬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데 풍호도 이에 못지 않았다. 크기는 경포호수의 3분의 2 정도 되었던 풍호는 1970년대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풍호와 가까운 안인 바닷가에 영동화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이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나온 석탄재를 옆에 있는 풍호에 버리기 시작했다. 공장도 짓지 못하는 호수, 벼 한 포기 심을 수 없는 호수는 쓸모없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석탁재가 버려지면서 풍호는 육지로 변했고, 갈대밭이 이곳에 호수가 있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 갈대밭도 골프장이 점령해버렸다. 골프장이 들어설 당시 뜨거운 찬반논란이 있었지만 골프장이 들어와야 마을이 발전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풍호마을은 골프장 건설을 마을의 발전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풍호 주변 마을사람들도 모두 이사했다. 하지만 이곳이 고향인 많은 분들이 풍호를 절대 잊지 말자며 ‘풍호 지키기 운동’을 했고, 그 애향심이 풍호 연꽃 축제로 승화됐다.

간이역 기찻길과 동행하는 연꽃 축제

지난 2008년 그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풍호 연꽃축제위원회 박종훈 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연꽃’이었다. 2008년 5월. 호수 중심에 만발했던 연꽃을 떠올리며 풍호 마을 유휴지에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똘똘 뭉친 마을 주민들은 끈끈한 애향심으로 일일이 연꽃을 심었고, 강릉시의 지원을 받아 2만 5,000평 습지를 가꿔나갔다. 그냥 습지를 되살린 것이 아니라 예전에 갯배를 타고 놀던 추억을 되살려 냈다. 연꽃 핀 습지에서 갯배, 오리배를 타고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습지를 가득 메운 연꽃, 부들, 줄풀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물, 그래서 시작한 것이 풍호마을 연꽃 축제다. ??

풍호마을 연꽃축제장은 다른 곳에서 만나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을 품고 있다. 바로 시동역이라는 작은 간이역과 낡은 기찻길이다. 강릉시내에서 남쪽으로 3km쯤 떨어진 시동역은 강릉 사람들조차도 기억이 희미한 곳. 기록을 검색해 보니 1964년부터 1974년까지 시동역에 기차가 섰다고 나와 있다. 남쪽에서 올라온 영동선 기차가 시동역에 잠시 섰다가 강릉으로 갔다고 한다.

역이라고는 하지만 두 줄기 기찻길만 있지 기차가 서로 비켜지나갈 교행선도 없다. 말 그대로 스쳐가는 간이역. 기차말고는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시절엔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1970년대에 마을마다 시내버스가 운행되면서 시동역은 이름만 남게 되었다. 풍호마을 사람들은 쇠락한 시동역 기찻길을 마을 축에 되살려 냈다. 축제 이름을 ‘기찻길 옆 풍호마을 연꽃 축제’로 명명하고 아스라한 옛 추억을 축제 때 마다 소환해 풍호마을을 찾은 관람객에게 정(情) 보따리에 싸서 한아름씩 안겨 준다.

일에는 노래가 날개, 지역은 축제가 보약

우리 속담에 ‘일에는 노래가 날개’라는 말이 있다. 밭을 매고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고단한 노동일을 하면서 지치지 않은 까닭이 노래에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벗 삼아 일을 하다면 힘든 일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지역 축제도 마찬가지다. 잘만 하면 시들시들해지는 지역경제를 빳빳하게 살릴 수가 있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풍호마을연꽃축제’가 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가 얼마나 갈까 내심 걱정을 했다.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지자체에서 많은 지원을 해줘도 어려운 것이 지역 축제다. 마을 공동체의 힘으로만 축제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해마다 눈여겨 ‘풍호마을연꽃축제’를 지켜봤는데 해마다 대박이 나고 있다. ‘지역주민 단합과 경제활성화, 풍호마을 알리기’라는 원래 축제 기획의도를 고스란히 지키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 올해는 또 어떤 성과를 이룰지 많은 기대가 된다.

이렇게 쑥쑥 성장하고 있는 풍호마을 연꽃 축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은 던져 준다. 요즘 농촌마다 고령화의 골이 깊어간다.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이 한 둘이 아니다. 또 개발논리에 휩쓸려 존폐 위기에 놓은 마을도 적지 않다. 풍호 마을도 개발에 밀려 위기를 겪었던 곳이다. 그런데 위기를 기회로 삼고 연꽃을 자산으로 삼아 살 길을 열어갔다. 그 덕분에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풍호마을을 중앙정부와 타 지역 지자체도 벤치마킹을 했으면 좋을 듯 싶다.

뜻밖의 풍류, 청연회가 가능한 곳

올 해로 11회째를 맞고 있는 풍호마을 연꽃 축제를 움직이는 구심점은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다. 축제 추진위원회 박종훈 위원장은 물론이고 풍호마을 노인회장 석흥기 이장도 연세가 만만치가 않다. ‘풍호마을 연꽃 축제’ 준비위원 모두가 비슷한 연배시다. 이번 여름 ‘풍호마을 연꽃 축제’를 놓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초대가수 6시내고향 국민안내양 김정연이 지역민, 관광객들과 즐거운 축제장을 만들 예정이다.

가족, 연인과 함께 ‘풍호마을 연꽃 축제’를 마음껏 즐긴 후에 풍호 마을에서 바닷가 쪽으로 나가면 ‘하시동 안인 해안사구’가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서해안에 신두리 사구가 있다면 동해안엔 바로 이곳 ‘하시동 안인 해안사구’가 있다. 사구(砂丘) 바닷가의 사막과 같은 곳으로 바닷가 생태 공부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풍호마을 연꽃 축제>를 만나면 덤으로 즐길 수 있는 풍류, 옛 선비들은 새벽 녘 연꽃 핀 연못의 한가운데로 나룻배를 저어 그곳에서 연꽃이 피는 소리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이를 들을 청(聽), 연꽃 연(蓮), 모일 회(會) 청연회라고 했다. 연꽃에 스치는 바람을 보면서, 입 안 가득 연차를 머금어 보고, 연꽃 피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풍류, 강릉시 하시동3리 풍호마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자 소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2019귀주대첩1000주년 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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