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검정마스크 양현석, 왜 아무 말 못하고 황급히 떠났나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당당하면 왜 말을 못하나.

늦은 밤 12시 45분. 지하 주차장에 검정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검정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서둘러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더니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은 채 황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수상한 행적의 남성이 양현석이다. 한국 3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수장이었던 양현석이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던 그 스타 양현석이다.

그런 양현석이 26일 경찰에 출석해 9시간 가까이 조사 받았다. 참고인 신분이었으나, 의혹이 무려 성접대였다. 한국 연예계 대표급인 양현석이 성접대 의혹에 휘말리다니, 이 사실만으로도 한국 연예계의 수치다.

그런데 마스크로 입을 가린 양현석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의 의혹에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었다. 경찰 출석은 언론을 피해 극비리에 했고, 귀가는 언론을 따돌리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 기습적으로 했다.

적어도 양현석이 가르친 가수 승리도 이러진 않았다. 승리는 경찰 출석 사실을 바로 직전이라도 언론과 대중에 미리 알렸으며, 조사 전 포토라인 앞에 선 채 직접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다.

반면 양현석은 언론을 피해 꽁꽁 숨기 급급했다. 양현석에겐 그토록 애용하는 SNS나 보도자료가 아닌, 자신의 입으로 대중에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기회였으나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지난 1월 양현석이 승리의 '버닝썬' 파문에 '보도자료'로 처음 입 열었을 때가 생생하다.

양현석은 당시만 해도 "갑작스러운 구설수는 마치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의 소나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은유적인 표현까지 쓸 정도로 '보도자료'에 여유가 엿보였다.

특히 당시 양현석은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강조하고, 조언하고, 교육하는가 하면 항시 체크하며, 혹시나 있을 불미스러운 일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자신도 했다.

그런데 이 말들이 무색하게 이후 승리가 각종 의혹에 추가로 휘말렸고, 아이콘 멤버 비아이는 마약 의혹이 불거졌으며, 급기야 양현석 자신이 성접대 의혹이라는 커다란 파문의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YG엔터테인먼트 팬들과 그 음악을 소비했던 대중을 위해서 일련의 사태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잘못 알려진 게 있으면 당당히 해명하면 된다. 그런데 경찰 출석부터 귀가까지 양현석은 3대 기획사 전 수장답지 않게 언론의 눈을 피해 다니기 급급했다. 당당하다면, "이 의혹은 내 잘못 아니다" 왜 말을 못하나.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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