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맞아? 두산의 빛으로 다시 태어난 이형범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보상선수에서 두산 불펜의 새로운 빛으로 태어난 이형범(25, 두산)이다.

이형범은 지난 19일 잠실 NC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18구 투구로 시즌 7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1-0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로 올라 선두타자 박석민을 8구 끝 볼넷 출루시켰지만 대주자 김찬형의 도루 실패에 이어 이원재를 유격수 땅볼, 대타 김형준을 루킹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최근 10경기 연속 무실점에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신고하며 두산 ‘믿을맨’의 입지를 굳혔다.

이형범은 지난해 12월 NC로 이적한 FA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나와 2012년 특별지명(23순위)으로 NC에 입단한 우완 정통파 투수로, 두산에 오기 전까지 1군 통산 4시즌 39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60을 남긴 그저 평범한 투수였다. 보상선수 지명 때만 해도 4년 125억원을 받고 이적한 양의지의 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선수였다.

일단 시즌 출발이 좋았다. 처음에는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 또는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초반 14경기서 구원승으로만 5승을 챙기며 커리어 첫 다승 부문 선두에 이름을 올린 게 호재로 작용했다. 평범했던 이형범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후 불펜을 꾸준히 지킨 이형범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뒷문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이 역시 성공이었다. 5월 14경기서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1.86의 안정감을 뽐내며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무리 함덕주가 부진으로 이탈하자 좌완 권혁과 함께 임시 마무리 보직을 받은 그는 6월 9경기서 무려 7세이브를 챙기며 ‘임시’ 타이틀을 사실상 뗐다.

이형범의 가장 큰 장점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투심이다.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좌우로 예리하게 휘는 궤적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스프링캠프 때 타자의 몸쪽 낮은 곳으로 공을 확 꺾이게 연습한 부분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는 게 이형범이 전한 비결이다. 김 감독 역시 “투심이 자신 있게 잘 들어간다. 양쪽으로 휘는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 공략이 쉽지 않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보상 선수에서 두산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다시 태어난 이형범이다.

[이형범.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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