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젊은 호랑이 박찬호 "데뷔 첫 풀타임, 꿈만 같다"(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적응 실패, 현역 군 복무 등 각종 시련이 찾아왔지만 박찬호(24, KIA)는 주저앉지 않았다. 5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꿈만 같은 풀타임 시즌이다.

박찬호는 올 시즌 57경기 타율 .304 2홈런 21타점 15도루로 활약하며 KIA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활력 그 이상의 성적이다. 도루 리그 공동 선두에 타율은 팀 내 안치홍에 이어 2위이며, 14일 오전 기준으로 리그에 단 20명밖에 없는 3할 타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3루수, 유격수, 2루수 등 가리는 자리 없이 내야를 종횡무진 누비는 중이다.

박찬호는 장충고를 나와 2014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 지명을 받은 평범한 선수였다. 초반 기록도 저조했다. 2014시즌부터 3년 연속 1군 무대를 밟았지만 155경기 타율 .169 9타점 5도루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기에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까지 실패, 2017년 1월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시련을 겪었다.

박찬호는 “입단 초기에는 여러 모로 성숙하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1군 선수가 될 준비가 안 됐다”며 “오히려 현역 입대가 더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 때는 야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쉬고 싶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역 입대는 선수 경력의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 시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도약했다. “현역 입대를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운을 뗀 그는 “그 때 생활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2년을 쉬었기에 몸 상태는 마이너스가 됐을 지라도 정신적으로는 플러스가 됐다. 야구에 대한 갈망이 높아진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군 복무 시절 KIA의 통합우승을 지켜보며 “정신을 차리고 이제 진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간절함 끝에 길이 열렸다. 주축 내야수들의 부진과 함께 4월 5일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이 됐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에 KIA 팬들은 열광했고, 달리고 또 달리며 침체됐던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찬호는 “사실 이 정도까지 1군에 많이 나갈지는 몰랐다. 막연히 5월 정도에 콜업됐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졌는데 빠르게 자리가 생겼고, 지금 이렇게 자주 뛰는 게 꿈 같다”라고 웃었다.

그릇을 닦아야 그릇도 깨는 법이다. 박찬호는 1군에서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 중이다. 5월 초 두산전에서 뼈아픈 송구 실책으로 끝내기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5월 말 5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하는 답답함도 겪었다. 그러나 이 또한 ‘큰 선수’가 되는 자양분이 된다. 그는 “사실 기술적인 부분만 신경 쓰느라 체력적인 부분에는 조금 소홀했다”고 반성하며 “지금 당장보다는 7~8월을 보고 있다. 다시 슬럼프가 왔을 때 그 기간이 길어지지 않게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벌써 프로 6년차를 보내고 있지만 박찬호는 올해를 ‘경험하는 시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물론 잘하는 것도 좋지만 자주 뛰면서 몸 관리 하는 법을 익히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며, 어떻게 했을 때 타격이 잘 되는지 스스로 느끼고 있다”며 “난 지금 귀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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