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문광은의 반전, 트레이드 결과는 쉽게 예측하지 마라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이미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인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반전이 숨어 있었다.

지난 해 KBO 리그의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던 7월 31일에는 LG와 SK의 트레이드 한 건이 성사됐다. LG가 내야수 강승호를 내주고 SK로부터 우완투수 문광은을 받아들이는 1대1 맞트레이드가 그것이었다.

당시 1할대 타율에 불안정한 수비로 주전 2루수 자리에서 탈락한 강승호였지만 1994년생 군필 내야수는 어느 팀이나 탐을 낼 만한 재목이었다. 반면 문광은은 강승호보다 7살이 많은데다 2018시즌 들어 1군 기록도 전무한 상태였다. "투수가 금값이다"라는 표현이 오버가 아니었다. 문광은이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야구를 그만 둘 뻔한 사연이었다. 중간계투진 보강이 절실했던 LG에게 당장 도움이 될 선수일지 의문이었던 게 사실이다.

구단 역사를 돌이켜보면 트레이드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LG라면 그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LG 출신 야수들이 다른 팀 유니폼만 입으면 잠재력을 폭발하는 '탈LG 효과'는 하나의 라인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반복된 실패의 역사'였다.

강승호는 승승장구했다. 친정 LG를 상대로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이적 첫 안타를 신고한 강승호는 SK 이적 후 성적이 타율 .322 2홈런 21타점에 달하면서 팀의 내야를 이끌어갈 선수로 급부상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적잖은 공헌을 한 그였다. 이에 반해 문광은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15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자 "트레이드의 승자는 SK"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트레이드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강승호는 음주운전 파동으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SK는 임의탈퇴 중징계를 내렸고 KBO도 9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했다.

이 사건 이후 아무 일이 없었다면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지난달 문광은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철벽 불펜투수진을 갖춘 LG에서 문광은에게 기대할 역할은 최동환을 대신할 롱릴리프 정도였다. 류중일 LG 감독이 "2군에서 볼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1군에서의 활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전에서 7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 문광은이 등장했을 때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경기를 내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 등장한 뜻밖의 이름. 하지만 반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문광은이 박병호를 몸쪽 공으로 꼼짝 못하게 만드는 등 무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면서 경기 분위기는 바뀌었고 LG는 김민성의 결승 2점홈런에 힘입어 멋드러진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도 "무사 만루 위기를 막은 문광은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필승조가 나와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는 요긴한 카드가 된 문광은은 지난 13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3-3으로 팽팽하던 8회초 무사 1,2루 위기에 등장했고 140km 초반대 직구와 변화구는 포크볼만 사용하면서 아웃카운트 3개를 수확, 팀이 연장 10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데 디딤돌을 놨다.

가뜩이나 정찬헌이 허리 수술을 받으면서 중간계투진에 새 얼굴이 필요했던 LG로서는 문광은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올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54로 이젠 LG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문광은의 반전으로 LG가 트레이드 성공작을 품에 안았다.

[문광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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