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마무리 꿰찬 정성곤 "맞는다고 다 안타 되는 거 아니잖아요"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예전에 알던 정성곤(23, KT)이 아니다. 이젠 안정된 제구를 앞세워 공격적인 승부를 즐기는 어엿한 KT 마무리다.

정성곤은 올 시즌 24경기 2승 2패 6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57의 상승세에 있다.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에 7경기서 무려 6세이브를 따냈다. KT는 공교롭게도 정성곤이 무실점 행진의 스타트를 끊은 8일 롯데전부터 13경기 10승 3패(승률 .769)의 압도적 승률을 기록했다. 강팀의 조건인 안정된 뒷문이 갖춰지자 팀 성적이 자연스레 오르는 모습이다.

2017시즌까지만 해도 정성곤은 KT의 이른바 애증의 선수였다. 구리인창고 시절 좌완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며 2015년 2차 2라운드로 KT의 선택을 받았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데뷔 3시즌 기록은 74경기 5승 25패 평균자책점 7.56. 좋은 구위에도 제구가 번번이 흔들리며 선발과 불펜, 1군과 2군을 자주 오가야 했다. 전임 조범현, 김진욱 감독은 “참 좋은 투수인데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라고 재능을 아쉬워했다.

터닝포인트는 2018시즌이었다. 어깨 부상에서 돌아와 불펜으로 완전히 보직을 바꾼 게 주효했다. 지난 시즌 셋업맨의 자질을 뽐내며 24경기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2.96을 남겼고, 올해 역시 필승조 임무를 수행하다 마무리 김재윤의 부상 이탈로 KT의 새 뒷문지기가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정)성곤이가 있기 때문에…”라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

수원에서 만난 정성곤은 “보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기록이 말해주는 것 같다. 중간에서 잘 되고 있으니 이게 나한테 잘 맞다는 생각이다”라며 “처음에는 (마무리를 맡아) 긴장도 됐지만 이젠 괜찮다. 옛날과 비교해 조급하지 않다”고 마무리투수가 된 기분을 전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지운 것일까. 정성곤은 발상의 전환을 요인으로 꼽았다. 스프링캠프서 코칭스태프의 칭찬이 정성곤을 춤추게 했다. “옛날에는 가운데로 안 던지려고 어렵게 갔다”는 그는 “이젠 코치님들이 공이 좋다고 하니 초구부터 가운데로 들어간다.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다. 범타도 많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던지니 초구를 비롯해 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곤은 시즌에 앞서 그 어떠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자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는 중이다. 그는 “내 임무를 수행하면 팀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내가 항상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니 그걸 막으면 된다”며 “팀 성적이 오르면 개인 성적도 오를 것이고, 개인 성적이 오르면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뷔 시즌부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초반 세 시즌 동안 KT 팬들도 잘 안 풀리는 정성곤을 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정성곤은 이제 지난날의 실망을 모두 지우려 한다. 그는 “나도 이제 잘 돼서 좋다”고 웃으며 “옛날에 많이 실망하셨겠지만 이제부터 잘해서 그 실망감을 기대감으로 바꿔드리고 싶다”고 그 동안 자신을 쭉 기다려준 KT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정성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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