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딸 죽이고 아들만 살려둔 이유, 이수정 교수 “가부장적 사고방식”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을 ‘살인’으로 규정하며 “열여덟 살짜리 딸은 살해하고 아들은 왜 남겨뒀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외부에서 침입 흔적은 발견이 되지 않았다”면서 “아버지의 목에서 어떤 흔적을 발견을 해서 아마 그것이 결국에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와중에 생긴 흔적이 아니냐. 그렇게 추정을 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추정컨대 침대 위에 고스란히 누운 상태에서 아버지에 의해 상해가 일어난 것 같다”며 “보통 서서 몸싸움을 하거나 움직이면 혈흔이 사방으로 튀는데, 그런 흔적이 방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워 있는 상태로 공격을 당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내의 경우 전혀 반항하지 않은 것을 보면 수면 중이었거나 잠깐 잠이 든 와중에 공격을 당해 방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딸은 목에만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배에도 흔적이 남아 있어 한 번에 상황이 전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딸의 시신에서 주저흔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흉기로 자해한 것과 관련, “아버지가 목공일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을 선택을 했던 건 아닌지.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아들을 살해하지 않은 이유를 추정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집이 부모님이 살던 집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모님에게 아들(손자)을 남겨두는 식으로 생각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며 “어떻게 보면 이러한 사고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다. 대를 이을 아들은 부모님께 맡겨 놓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가 ‘동반 자살’, ‘동반 자살’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잔혹한 용어다. 딸도 다른 사람이다. 타인인데 그 사람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방식의 사고방식이 존재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4, 5년 사이에 가족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많이 늘었고 그중에 생존을 하게 되면 살인죄가 적용이 된다. 그래서 그런 가족 살인의 케이스가 지금 늘어나고 있다. 2017년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살인죄의 34%가 가족 살인이다.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지난 4, 5년 사이에 늘었다,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들은 틀림없이 좀 지적을 해야 될 거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 3명 모두 목 부위를 찔려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남편 A씨(50)에게서는 주저흔이 발견됐고 딸 B양(18)의 손등에서는 방어흔이 나왔다. 아내 C씨(46)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 = YTN캡처]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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