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와 김종규의 스텝업, 김주성도 함께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5번까지는 가능하게 만들어봐야지."

DB 이상범 감독은 과거 수 차례 "앞으로 대학에서 특급 빅맨이 거의 안 나와"라고 걱정했다. 2017-2018시즌 부임하자마자 팀 체질을 업템포 농구로 확 바꿨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업템포 농구와 얼리오펜스의 본질은 제공권이다.

김주성의 은퇴로 토종 빅맨에 대한 갈증은 심화됐다. 윤호영을 제외하면 높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윤호영조차 잔부상으로 출전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디온테 버튼과 김주성 중 누가 더 그리운지 묻자 "주성이 공백이 크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사장님이 결단을 내려주셨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보수총액 10억원이 넘는 대형 FA다. 단순히 사무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김종규가 LG와 결별하자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많은 내부 FA 중 김태홍, 박지훈, 김현호, 정희원만 붙잡았다. 그 외에 몇몇 활용도 떨어지는 선수들과도 결별했다. 팀 연봉을 최소화, 김종규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의외로 KCC가 발을 빼면서 손쉽게 최종승자가 됐다.

허웅이 돌아왔다. 두경민도 군 복무를 마치고 다음 시즌 막판 돌아온다. 윤호영도 건재하다. 김종규 가세로 국가대표급 1~4번이 완성됐다. 두경민의 시즌 초반 부재에 대비, 삼성에서 김태술도 데려온다. 지난 두 시즌간 리빌딩을 통해 건져낸 김태홍, 박지훈, 김현호, 정희원, 김창모, 유성호 등이 백업으로 대기한다. 서민수도 시즌 중반 군 복무를 마치고 가세한다. (물론 LG에 김종규 보상선수, 삼성에 김태술 반대급부를 내줘야 한다)

한 마디로 김종규 영입은 대권도전을 위한 마침표다. DB도, 김종규도 스텝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일단 제공권과 DB 특유의 업템포 농구는 강화된다. 김종규의 최대장점은 제공권과 기동력, 그리고 중거리슛. 기존의 약점을 절묘하게 메우면서, 외국인 빅맨의 가세로 4~5번에서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다. 내, 외곽을 모두 커버했던 윤호영의 수비부담도 줄어든다. 윤호영이 3번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외국선수 1명은 외곽공격에 능한 선수를 뽑을 의향도 있다. 이 감독은 "다시 유럽으로 나간다. 종규가 왔으니 그런 유형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외국선수 2명 합계 70만 달러를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마커스 포스터의 장신자 버전이라면 최상이지만, 몸값을 생각해야 한다)

DB의 스텝업 최종고지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다만, 김종규 자체의 스텝업도 필요하다. 좋은 선수지만, 골밑에서의 부족한 기술 숙련도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활동 범위를 외곽으로 넓힐 필요도 있다.

이 감독은 "장기적으로 외곽에서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중거리슛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이 감독이 말하는 외곽공격은 3점슛을 의미한다. 이 감독은 "3.5번까지는 가능하게 만들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농구 트렌드를 감안할 때 2m7cm라면, 김종규 정도의 운동능력이라면 외국인 빅맨에게서 파생되는 찬스를 받아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외곽을 누비는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치4 역할과 함께 3~4번을 오가는 3.5번형 포워드로 성장하는 게 최상이다. 이미 외곽수비에 대한 이해도는 데뷔 초반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세계농구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도자다. 빅맨이 로 포스트에서 공을 받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포스트업을 해도 2대2를 통해 움직이면서 하는 게 대세다. 그는 "종규가 당장 바뀔 수는 없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발전시켜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급도우미도 가세한다. 2017-2018시즌 후 은퇴한 김주성이 미국생활을 접고 코치로 돌아온다. 김주성은 센터로 출발해 현역 말년 3점슛을 장착, 스트레치4로 진화했다. 김종규의 기량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한 경험도 있다. 이 감독은 "이달 말에 들어온다. 내달 3일 팀 훈련 시작부터 함께한다"라고 말했다.

김종규가 김주성 코치의 도움으로 2~3년 내에 3.5번으로 성장한다면, DB에 미치는 시너지효과는 엄청나다. DB도, 김종규도 스텝업을 꿈꾼다.

[김주성과 김종규(위), 김종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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