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의 효 콘서트’ 성황, 가족 의미 되새기며 폭풍 감동 몰고 와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KBS ‘6시 내 고향’ 국민안내양으로 전국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김정연이 5월17일 오후 2시 파주시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무료 효(孝) 콘서트를 펼쳤다. 김정연은 어르신들에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같은 K-POP 가수 못지않은 인기 아이돌로 구름관객을 몰고 다닌다. 파주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김정연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행복한 힐링을 했다. 파주 시민에게 받은 박수와 환호, 떼창의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는 가수 김정연을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지난 17일 파주시민회관에서의 공연이 다른 때보다 길었다.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뵈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파주시민회관 대공연장이 1, 2층 모두 꽉 찬 것을 보니 공연 시작 전부터 가슴이 뭉클했다. 무대 바로 앞까지 간의의자를 놓고 앉아계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관람객은1100여명을 넘어섰고 에바 영 댄스팀이 공연장을 후끈 달궈놓았다.

가수들은 관객의 분위기만 봐도 그날 공연이 어떨지 감이 온다. 보시는 분들은 모르시지만 공연 시작 전에 가수는 긴장을 많이 한다. 관객들의 표정이 굳어 있으면 첫 노래부터 쥐가 날 수 있고, 그렇게 공연을 시작하면 힘이 너무 들어서 앵콜을 많이 받지 못하는데 파주에서는 저절로 흥이 났다. 대공연장 1.2층을 꽉 메워주셨는데도 관객분 표정과 추임새가 다 보였다. 재미있는 대목에선 함께 박장대소를 하시고, 슬픈 대목에서는 함께 울어주셨다. 그러니 신이 날 수 밖에 없었고, 관객분들의 신명을 다 받아주다보니 예정된 공연시간보다 길어 졌다.

- 이번 콘서트 컨셉은 ‘김정연이 걸어 온 방송과 노래 30년 세월’이었다고.

KBS 6시 내 고향 시골버스를 타면 어르신들이 “안내양 이번에 가수됐담서? 축하혀” 하면서 다독거려주시는 분이 계신다. 10년 넘게 수더분한 안내양으로 버스를 타다 보니 2~3번 탄 군내버스가 많다. 두 손 꼭 잡고 속내를 털어놨던 어르신들은 “김정연은 우리 고장 버스 안내양이다”라는 생각이 강하시다. 그런 김정연을 ‘아침마당’ ‘TV쇼 진품명품’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인생감정쇼 얼마예요’ ‘동치미’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시고는 신인가수로 데뷔했다고 여기시는 거다.

파주 어르신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이참에 노래를 붙잡고 살아 온 30월 세월과 방송 인생을 효(孝)에 대입시켜서 풀어보면 좋을듯 싶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감독과 스텝들이 열심히 잘 준비해줘서 ‘5월의 행복 김정연의 효(孝) 콘서트’가 성공을 했다.

- 파주시 홍보대사여서 더 열심히 준비를 한 건 아닌지.

파주시 홍보대사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했고 무대에서도 혼신을 다했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파주시는 ‘고향’ ‘부모’ ‘향수’ 이런 애잔한 낱말을 품고 있는 도시다. 이번 콘서트에 무대에 오른 최종환 파주시장님도 말씀하셨지만 파주시에는 실향민들이 많이 살고 계신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황해도 장단이 고향이신 분들이 많다. “며칠만 피해 있다가 집으로 가야지” 하면서 빈손으로 와서 지금까지 고향을 그리워하시고, 망향의 한을 품고 세상을 뜨신 분이 많다. 내가 방송을 하면서 고성, 속초, 파주 등등 실향민 집단마을 취재를 참 많이 했다. 20년 전 만해도 “죽기 전에 어머니를 만나보고 싶다” 이러셨는데 지금은 “묘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가서 술 한잔 올리고 싶다”며 통곡을 하신다. 파주시는 그냥 파주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수도다. 이번 콘서트의 한 줄기는 파주시에 살고 계시는 실향민들이 망향의 한(恨)이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보면 좋다.

그리고 이번 콘서트는 ‘파주시 홍보대사 김정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일환이기도 했다. 홍보대사라는 직함을 받았으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는 게 맞다. 그래서 무대 위에 파주삼합(장단콩 두부. 파주김치, 파주인삼막걸리)를 올렸다. 파주 시민들도 다시 한 번 파주 특산물과 관심을 기울이고, 타 지역에서 오신 분들은 파주에 가면 좋은 먹거리가 있다라고 입소문을 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다음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파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콘서트를 열겠다.

- 7080세대들은 김정연 ‘노.찾.사’ 단원으로 많이 기억하고 있다

워낙 ‘노래를 찾는 사람들’ 색채가 강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를 이야기할 때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이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1990년대 대중가요의 한 장(章)을 장식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으로 故김광석, 안치환, 권진원 등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있다. 이 분들과 함께 활동했던 시절 솔직히 내 역할은 미미했다. 솔로를 많이 맡지 못했지만 같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내 역할은 주로 진행과 코러스, 싱얼롱이었다. 그 당시는 내 역할에 불만이 많았지만 인생의 퍼즐을 맞춰보니 지금 내를 만들어준 밑거름이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의미 있는 작업 중 하나가 ‘한국 근현대 노래 80년사-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음악 다큐멘터리를 학전 무대에 올린 것이다. 그 당시 내가 ’복지만리‘를 불렀다. 관객들도 나의 율동에 맞춰 박수를 치고 따라 불렀는데 “이 노래가 일제의 만주침략을 찬양하는 친일가요”라고 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내가 부른 ’복지만리‘에 관객들이 몰입하고 일종의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경험하면서 내 몸 속에 많은 ‘뽕필’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덕분에 ‘노.찾.사’ 출신 제1호 트로트 가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산다.

- 세 번째 전석 무료 효(孝) 콘서트를 개최했다. 쉽지가 않을텐데.

효(孝)콘서트 한번 할 때마다 출혈이 많다. 때로는 유료 전환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 한 푼이라도 모았다가 손주들 주는 재미로 사시는 걸 아는데 내가 어렵더라도 무료로 가자 작심했다. 김정연을 보면 “우리 딸이 온 거 보다 반갑다”고 껴안곤 하시는데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 효도를 하려면 제대로 하자 맘 먹으면 흥이 더 많이 난다. 효(孝)는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가치가 있기에 이걸 믿고 막무가내로 진행한다. 올 해로 3번째 무료 콘서트를 했는데 솔직히 힘이 많이 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동료 연예인들이 많이 도와준다. 이번에도 탈렌트 가수 김성환 선배님, 국민 시어머니 전원주 선생님, 그리고 트로트 계의 신사 ‘그 사람이 보고 싶다’ 현진우씨가 열 일 제쳐놓고 재능기부를 해줬고 어머니와 가족 이야기로 관객들 가슴을 울렸다. 다둥이 엄마들은 “애가 이쁜 짓 하는 거 보면 또 낳고 싶어진다”고 하는데 김정연의 효(孝)도 마찬가지다. 낳을 때는 엄청 힘들지만 낳고 보면 이쁘기 때문에 김정연의 효(孝) 콘서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민 안내양으로 10년 넘게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어르신들을 위하는 일이면 무작정 발 벗고 나서고 싶다. ‘노인복지’ 공익광고라든지 ‘노인의료관련’ 광고 등을 통해 어르신께 더 유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국민 안내양 컨셉으로 광고를 한다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많은 지자체와 기업에서 강연 요청을 해서 ‘김정연의 효 토크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고 있는데 내 꿈은 ‘전국 노인 회관’을 콘서트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향버스를 타고 돌면서 100세 시대에 가장 절실한 것이 ‘노인문화’라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은 대도시 단위로 효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 읍면 단위까지 확산이 돼서 ‘김정연의 효 콘서트’가 사랑방 문화 회복의 디딤돌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또 하나 욕심은 마흔 여섯에 낳은 늦둥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경험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저 출산 해법을 젊은 세대의 출산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장년층에도 해답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경험에서 추출한 ‘늦둥이 아이 키우기 리얼 노하우’를 꼼꼼히 기록해두었다. 많은 분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자 목표다.

가수 김정연 약력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1년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 멤버

-2008년 1집 앨범 사랑하니까

-2011년 2집 앨범 고향버스

-2012년 3집 앨범 고향버스 빵빵 메들리

-2014년 4집 앨범 당신 아니면

-2015년 5집 앨범 세월네월 / 어머니

-제23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성인가요부문 인기대상

-KBS 공로상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인기가요대상

- KBS 6시 내고향 ‘고향버스’ 진행

- 방송.강연 등 다양한 활동 중

[사진 제공 =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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