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 눈물의 은퇴, "전설로 기억해주세요"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의 전설 ‘빙속여제’ 이상화(30)가 현역 생활을 마감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공식 은퇴식을 열고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상화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4년 선수 생활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상화는 최근 연예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스포츠인 출신 엔터테이너’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3월에는 가수 겸 방송인 강남과 교제 중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상화는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국민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수 있는 위치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었다. 항상 빙상 여제라 불러주시던 최고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비록 스케이트 선수 생활을 마감하지만, 받은 사랑 보답하기 위해 계속 노력 하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저는 레전드라고, 살아있는 전설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거리 종목에 이런 선수가 있었고,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고 기억주셨으면 한다. 항상 노력했고, 안 되는 걸 되게 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천재 스케이터’로 불린 이상화는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5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에선 깜짝 금메달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여자 빙속 선수로는 최초의 메달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이상화는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각종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웠고,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500m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2연패’의 쾌거를 달성했다.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던 2018년 평창 대회에선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도 악조건을 이겨내고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이어 은메달을 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상화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소치 대회를 꼽았다. 그는 “소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운동 선수에겐 징크스가 있었다. 세계신기록을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딸거란 징크스가 있었다. 저 또한 그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 했다. 완벽한 레이스였다”고 회상했다.

반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는 평창이라고 말했다. 이상화는 “평창 때가 가장 힘들었다. 링크장에 나가면 보통 느낌이란게 오는데, 그때는 이전과 달랐다. 아예 메달을 못 따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잤다.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역 생활을 마감한 이상화는 당분간 쉬면서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아직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스피드스케이팅에 기여하고 싶은 의향은 있다”면서 “베이징 올림픽때는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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