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첫 승에 흐뭇한 장민재, 또 다른 코치다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내 새끼가 잘하는 것 같더라."

선수의 타격 폼이나 투구 폼 혹은 경기를 풀어가는 전략 등은 선수 개개인과 해당 파트 코치와의 커뮤니케이션, 코치들의 지도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때때로 코치보다 선수가 코치 역할을 잘 하는 경우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호흡하는 선수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나 철학을 공유하고 발전해나가는 케이스가 은근히 많다. 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고참이 저연차 선수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는 건 기본이다. 유독 동료들의 폼을 잘 봐주는 예리한 시각을 지닌 선수들도 있다. 일년 내내 함께 지내며 자연스럽게 동료들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한화 장민재가 이런 케이스다. 장민재는 2009년 입단했으나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34경기서 6승2패1홀드를 기록한 작년이었다. 올 시즌에는 4월 초부터 선발투수로 변신,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한다. 9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4.22. 괜찮은 성적이다.

우완선발 김민우가 14일 대전 키움전서 5⅔이닝 5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지난 5경기서 들쭉날쭉한 투구를 하며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5전6기에 성공했다. 2015년 입단, 만 24세의 김민우는 한화 선발투수 리빌딩의 핵심이다.

김민우의 첫 승에 장민재가 누구보다 기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크게 보면 경쟁관계다. 그러나 장민재는 후배 김민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경쟁을 떠나 김민우 같은 젊은 선발투수가 성장해야 한화가 더 강해진다고 믿는다. 그만큼 팀과 후배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김민우는 승리투수가 된 뒤 "1회에 포크볼이 많이 떴는데 장민재 선배와 송진우 투수코치님이 낮게 던지라고 조언했다"라고 말했다. 김민우는 포크볼이 주무기가 아니다. 때문에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장민재는 김민우의 포크볼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 경기 도중 김민우에게 조언했다. 장민재는 "TV로 보는데 민우의 포크볼이 뜨더라. 좀 더 낮게 던지면 각이 커질 것 같아 조언했다. 실제 그 다음부터 각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새끼가 잘 하는 것 같더라"고 웃었다. 장민재는 "민우나 (김)범수가 잘해야 된다. 중간투수들이 잘 해주고 있으니 선발투수들이 잘하면 팀이 강해질 수 있다. 그래야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팀이 된다. 경기 끝나고 껴안으면서 잘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장민재는 "밖에선 착하고 순해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타자를 잡아먹을 줄 알아야 한다. 독기를 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민우에게 그 독한 눈빛이 보였다. 그런 게 필요하다. 그래야 타자가 위축된다"라고 말했다. 젊은 투수들이 새겨 들어야 할 지적이다.

이밖에 장민재는 "민우가 잘해서 뿌듯하다기보다 부담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직 부족한 2%를 채우려면 하루를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생기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마치 장민재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 입단 후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내면서 야구의 참 맛을 일찍 깨우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장민재는 "너무 늦었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런 걸(김민우에게 조언)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돌아봤다.

장민재는 "예전 송진우 코치님이나 구대성 선배님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해준 게 정말 크게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시간이 흘러 저연차 후배들을 알뜰살뜰하게 챙긴다. 김민우에겐 또 다른 코치나 다름 없다. 크게 보면 한화의 또 다른 힘이다.

[김민우(위), 장민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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