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은퇴·전태풍 결렬’ KCC, 왕조의 후예들이 떠났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KCC 선수단에 대폭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하승진, 전태풍은 KCC를 떠나게 됐다.

KBL은 15일 FA 자격을 취득한 56명과 원소속팀의 우선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총 27명이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고, 20명은 결렬됐다. 창원 LG가 타 팀과의 사전접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김종규는 유일하게 공시가 보류된 선수였다. 문태종(현대모비스)은 은퇴를 택했다.

6명이 FA 자격을 취득한 KCC는 단 1명과 재계약했다. 신명호가 계약기간 1년 보수총액 6,000만원에 잔류했다. 지난 시즌 보수총액(1억원)에 비해 40% 삭감된 액수며, 6,000만원 모두 연봉으로 보장받는 금액이다.

KCC와 재계약하지 않은 5명 가운데에는 하승진, 전태풍 등 KCC의 대표 스타들도 있었다. 하승진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내가 KCC 유니폼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니 힘들 것 같았다. 아쉽지만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라는 게 하승진의 말이었다. 전태풍 역시 이날 SNS를 통해 결별을 암시했던 터.

하승진, 전태풍은 KCC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원들이었다. 2008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은 하승진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한국인 최초 NBA리거’ 하승진은 한국무대로 돌아온 후 줄곧 KCC에서 활약했고, 2010-2011시즌에는 KCC를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KCC가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따낸 우승 트로피다.

전태풍은 2009년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귀화혼혈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CC에 지명됐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혼혈선수로 화제를 모았던 전태풍은 화려한 개인기와 더불어 쇼맨십까지 지녀 단숨에 KCC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전태풍은 규정에 의해 3시즌을 치른 후 KCC를 떠나 고양 오리온, 부산 KT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KCC 시절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진 모습이었고, 오리온이나 KT가 누린 전태풍 영입 효과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전태풍은 2014-2015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 KCC로 돌아왔다. 당시 LG와 KCC가 동시에 영입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전태풍은 망설임 없이 KCC를 택했다. KBL 데뷔 초창기 좋은 추억을 새긴 팀이 바로 KCC였기 때문이다. KCC 관계자 역시 당시 “기분 좋다. 집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 같다”라며 전태풍의 복귀를 반겼다.

극적으로 재회했던 전태풍과 KCC의 인연은 2018-2019시즌까지였다. 전태풍은 2018-2019시즌 22경기 평균 13분 19초 출전에 그치는 등 잔부상이 많았다. 기량 역시 내리막길이었다. 다만, 전태풍은 SNS를 통해 KCC와의 협상 과정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등 KCC가 간판스타와 마지막 점을 찍는 과정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KCC는 전통의 명가다. 울산 현대모비스에 의해 새 기록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KBL 최다 챔프전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은 KCC의 몫이었다. 전주 팬들의 충성심도 대단했다. 프로농구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빠져있지만, KCC 팬들은 항상 원정경기에서도 대규모 응원을 통해 선수단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KCC는 팀을 대표하는 스타들과의 작별에 있어 대부분 아쉬움을 남겼다. KCC뿐만 아니라 KBL을 대표하는 스타였던 이상민(삼성 감독)은 2007년 서장훈을 FA 영입하는 과정서 보상선수로 서울 삼성에 넘겨줬다.

이상민이 떠난 자리를 메웠던 선수가 바로 하승진이었다. 2008-2009시즌 데뷔, 신인상을 차지한 하승진은 2008-2009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가세한 강병현과 코트 안팎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며 KBL 무대에 연착륙했다. 하승진은 데뷔시즌부터 KCC의 챔프전 우승에 기여하는 등 2차례 챔피언 반지를 따냈다.

KCC는 이상민-조성원-추승균으로 구성된 ‘이조추 시대’ 이후 하승진, 강병현, 전태풍을 축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다. KCC는 전주 팬들의 충성도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안양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된 강병현에 이어 하승진, 전태풍도 2018-2019시즌이 KCC와 함께한 마지막 시즌이 됐다. 특히 하승진과 전태풍은 팀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지만, KCC는 이상민과 작별했던 그때처럼 단호하게 칼을 빼들었다. 왕조의 후예들은 그렇게 씁쓸함을 남기며 KCC를 떠나게 됐다.

한편, KCC는 재계약을 포기한 전태풍 외에 정희재(구단 제시 1억 7,000만원), 김민구(구단 제시 6,000만원)와의 협상이 결렬됐다. 하승진과 더불어 박준우는 은퇴를 택했다.

[하승진.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