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김혜자가 전한 묵직한 위로, '대상'이 마땅하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의 TV부문 대상은 배우 김혜자에게 돌아갔다. 김혜자는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김혜자 캐릭터로 출연했다. 이날 김혜자는 여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지만 염정아가 받았고, 그렇게 끝이 나나 싶었던 찰나에 김혜자의 대상 호명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랐고 박수를 보냈다.

가히 공로상 급의 대상 수상이었다. 진정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네티즌들의 축하와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김혜자는 '눈이 부시게'에서 배우 한지민과 함께 2인 1역을 했고, 이후에는 철 없는 20대 김혜자와 할머니 김혜자로서 1인 2역을 담당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김혜자는 수상 소감에서 준비해 온 종이 조각을 꺼냈다. "혹시 최우수상을 받는다면"이라며 '눈이 부시게' 대본을 찢어왔다고 말했다. 김혜자가 말한 '눈이 부시게'의 대본은 가장 마지막, 김혜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전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부분이었다. 당시 방송 이후에도 해당 방송분은 길게 회자되면서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도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진 바 있다.

그는 외우지 못해 가져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대본을 거의 보지 않고 백상예술대상의 큰 무대에서 긴 대사를 읊었다. 김혜자는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라며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김혜자의 따뜻하고 정감가는 목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에, 현장에 있던 많은 배우들은 서있는 채로 눈물을 쏟아야했다.

김혜자는 지난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서도 중년 배우의 힘있는 열연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눈이 부시게'를 통해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한 걸음 더 다가가며 소통하는 배우로서의 진화를 보인 바, 이날 대상은 전혀 아깝지 않은 김혜자를 향한 찬사와 박수였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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