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후 벤치클리어링, 양상문·김태형 왜 뛰쳐나왔나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두산과 롯데가 벤치클리어링을 일으켰다. 선수가 아닌 감독끼리 직, 간접적으로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이 특이하다.

28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이 롯데에 8-2로 앞선 8회말. 오재일의 우중간 안타, 허경민의 볼넷, 박세혁의 1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무사 만루 상황. 정병곤이 2루수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났으나 김재호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터트렸다.

1사 1,2루 상황. 정수빈 타석에서 구승민이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구승민은 정수빈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롯데 공필성 수석코치와 주형광 투수코치도 정수빈의 상태를 살피러 홈 플레이트쪽으로 나왔다.

이때 두산 김태형 감독이 공 수석코치와 구승민을 향해 뭐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덕아웃에서 이를 본 양상문 감독이 흥분, 공필성 수석코치의 제지를 뿌리치고 홈플레이트 쪽으로 달려나왔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뛰쳐나왔다. 결국 양 팀 선수들 모두 벤치를 비우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선수들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두 감독이 흥분해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면서 선수들까지 따라나선 벤치클리어링이라는 게 특이하다. 양 팀 선수들은 약 2~3분 후 별 다른 충돌 없이 벤치로 돌아갔다. 두 감독 역시 심판진과 얘기를 나눈 끝에 돌아갔다. 경기는 두산의 9-2 승리.

그렇다면 왜 두 감독은 분노했을까. 구승민의 정수빈 사구 이전에 7회말 1사에서도 롯데 투수 정성종이 정병곤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그러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던 상황. 다만, 두산에서 서운하게 생각했을 수는 있다. 더구나 정수빈은 병원 CT 촬영 결과 갈비뼈가 부러졌다.

롯데 관계자는 "사구 후 김태형 감독이 공필성 수석코치, 구승민에게 어떤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감독님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경기 중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왜 남의 선수에게 타팀 감독이 뭐라고 하느냐'라는 상황을 김 감독에게 어필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김태형 감독은 정병곤에 이어 정수빈까지 맞으니 고의성이 있는 줄 알고 공필성 수석코치와 구승민에게 '야구 좀 잘 했으면 한다'라는 식으로 얘기 한 건 맞다. 공 수석코치와는 작년에 한솥밥을 먹는 등 친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최근 침체된 롯데 벤치의 승부욕과 부상자가 나오는 걸 꺼리는 두산 벤치가 정면으로 충돌한 모양새다. 특이한 벤치클리어링이었다.

[벤치클리어링 상황. 사진 = 잠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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