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 0타석 5득점' SK 김재현, 이 남자가 사는 법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개막 초반 인천SK행복드림구장. SK 와이번스 외야수 김재현은 기자를 보자 "올해는 (1군에서) 너무 빨리 보이죠?"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웃픈 말처럼 김재현은 팀 상황에 따라 1군과 2군을 오르 내리는 선수다. 개막이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에서 그는 한 번 2군행 통보를 받았으며 다시 한 번 1군 부름을 받았다. 25일까지 1군에 있었던 날이 20일, 2군에 있었던 날이 14일이다.

그가 붙박이 1군 선수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팀내 외야진이 너무 쟁쟁하기 때문이다. 한동민을 필두로 김강민, 노수광, 정의윤, 고종욱, 정진기, 배영섭이 있다. 두 팀을 만들어도 충분한 외야진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김재현과 비슷한 유형인 고종욱과 배영섭이 합류한 것도 그에게는 악재였다.

이로 인해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 경기를 뛸 때도 많지만 1군에 있을 때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빠른 발을 무기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막판 승부처가 되면 여지 없이 김재현을 투입한다. 24일과 25일 대구 삼성전도 마찬가지였다. 김재현은 24일 양 팀이 5-5로 맞선 9회 김성현 대주자로 투입됐다.

이후 3루까지 향한 김재현은 상대 투수 폭투 때 홈을 밟으며 팀의 6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만약 경기가 그대로 9회 마무리됐다면 결승점은 김재현 몫이었다.

25일에는 '진짜' 결승점 주인공이 됐다. 김재현은 3-3 동점 상황인 10회 최정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대주자로 나섰다. 이어 정의윤의 좌전안타 때 빠른 발을 이용해 3루까지 향했다. 덕분에 이재원의 우익수 뜬공 때 여유있게 결승 득점을 올렸다.

또한 3월 24일 KT 위즈와의 개막 2번째 경기에서는 8회 2루에서 3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이 "오늘의 승부처는 김재현이 더블스틸을 한 순간이다. 이것이 성공하면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김재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시즌 김재현은 10경기에 나서 5득점과 함께 도루 2개를 남겼다. 하지만 안타는 신고하지 못했다.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 한 타석에도 들어서지 못했기 때문.

타자들의 규정타석 기준은 소속팀 경기수X3.1이다. 비단 주전선수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수보다 타석수가 많다. 반면 김재현은 10경기에 나섰지만 타석수는 '0'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55를 기록했으며 1군 무대에서도 .277(65타수 18안타)를 올린 김재현이지만 대안이 너무 많은 탓에 1군에서는 대주자와 대수비로 역할이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그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된다. 빠른 발로 언제든 상대 배터리를 위협하며 외야 어느 자리에 배치해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

그의 가치는 경력이 증명하고 있다. 1987년생인 김재현은 2006년 SK에 입단했다. 어느덧 14번째 시즌이다. 수많은 선수가 야구장을 떠날 동안 그는 변함없이 SK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도 5경기 나서 우승에 공헌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격언은 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SK 김재현. 사진=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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