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가 뜨거운 롯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롯데는 최근 9회만 되면 뜨겁다. 지난주 6경기를 돌아보면 9회가 조용히 넘어간 케이스가 거의 없었다. 18일 부산 KIA전서 9회초에 8실점한 뒤 9회말 6득점, 극적인 1점차 승리를 거뒀다. 19일 부산 KT전서는 5-5 동점이던 9회초에 1실점하며 패배했다.

20일 부산 KT전서도 9회초에 3실점한 뒤 9회말에 1득점하며 연장에 들어갔고, 10회 결승점을 뽑아내며 이겼다. 21일 부산 KT전서는 9회초에 4실점하며 패배했다. 사실 9회에 점수를 주고 받지 않은 16~17일 부산 KIA전도 경기 막판이 뜨거웠다. 17일 경기서는 8회에 2점씩 주고 받은 뒤 10회말에 손아섭의 끝내기 투런포가 나왔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60으로 9위. 그러나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롯데의 9회 팀 평균자책점은 10.80, 7~9회 팀 평균자책점은 7.15다. 모두 리그 최하위. 그만큼 경기 후반 마운드가 불안하다. 불펜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작년과 사뭇 다르다.

여기에 지난주에 타선이 후반에 힘을 내면서 9회가 더욱 뜨거워진 측면이 있다. 올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민병헌의 이탈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손아섭, 카를로스 아수아헤 등 일부 타자들의 페이스는 최저점이었다.

그런데 양상문 감독이 타순을 크게 손질하고, 허일, 오윤석 등 타격감이 좋은 백업타자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반등했다. 단순히 경기후반이 뜨거워진 측면을 보면, 타선의 뒷심이 살아났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여전히 민병헌 공백이 있고, 채태인마저 목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걸 감안하면 최근 활발한 타격은 고무적이다.

다만, 경기후반 불펜 난조를 감안하면, 특히 특히 9회가 되면 뜨거워지는 흐름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미 마무리 손승락이 페이스 저하(12경기 평균자책점 8.49, 블론세이브 3개)로 1군에서 말소됐다. 지난해 좋았던 구승민(14경기 평균자책점 5.56), 진명호(13경기 평균자책점 7.36), 오현택(4경기 평균자책점 11.25) 역시 좋지 않다. 시즌 초반 좋았던 고효준도 최근 실점 빈도가 늘어나며 평균자책점이 6.75까지 치솟았다.

아직 표본이 적다. 핵심 불펜들의 지표는 개선될 여지도 있다. 양상문 감독도 불펜 운용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하는 스타일. 1군에서 말소된 손승락 역시 궁극적으로 다시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 대안은 없다.

다만, 저조한 흐름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는 있다. 야수들은 백업들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플랜B의 활용폭을 넓힌 측면이 있다. 투수들 역시 뉴 페이스가 필요하다. 서서히 기온이 올라가면서 타자들이 힘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 반발계수가 줄어든 공인구 등 크고 작은 변수는 있다.

9회가 뜨거운 롯데. 흥미로운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의 효율적인 운용 측면에선 개선이 필요하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 양상문 감독의 위기대처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롯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