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울리는 자리" SK 고종욱이 2번 타자로 나서는 이유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연결하는 역할을 훨씬 잘한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고생한 SK 와이번스의 위안거리 중 하나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고종욱의 활약이다. 고종욱은 시즌 초반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내 존재감을 드러내며 최근에는 선발 라인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102경기 타율 .279 6홈런 54타점 47득점에 만족한 고종욱은 22일 현재 22경기 출장 타율 .316 2홈런 8타점 15득점 6도루를 기록 중이다.

1군 무대에서 통산 2000번째 타석(현재 1999타석)을 앞두고 있는 고종욱은 '통산 3할 타자'다. 2011년 1군 무대 데뷔 후 전날까지 통산 타율 .306(1864타수 571안타)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빠른 발까지 갖추고 있다.

자연스레 1번 타자가 어울리는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종욱이 1번 타자로 나서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올시즌 단 1차례 1번 타자로 나섰으며 이전 소속팀에서 리드오프로 나선 것도 2017년 6월 4일 두산전이 마지막이다.

SK는 시즌 초반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노수광을 지난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타율 .313 8홈런 53타점 25도루 93득점으로 맹활약한 노수광은 올시즌 타율 .164 3타점 4도루 8득점에 만족했다.

염경엽 감독은 "시간을 줬다. 10일 동안 다시 한 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기용해야 할 선수다. (재정비하기에)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인 것 같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수광이 빠진 상황에서 고종욱도 1번 타자 후보다. 하지만 고종욱이 1번 타자로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염 감독은 상대 선발로 사이드암 투수가 나온 19일(이재학)과 21일(박진우)에도, 좌완투수가 나온 20일(김영규)에도 1번 김강민-2번 고종욱으로 이어지는 타순을 구성했다.

염 감독의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고)종욱이는 2번이 가장 어울리는 자리다"라며 "연결하는 역할을 훨씬 잘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넥센(현 키움) 때도 (서)건창이에 이어 2번으로 많이 나갔다. 건창이가 출루하면 종욱이는 1, 3루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라며 "종욱이의 장점은 잘 맞히는 것이다. 1번 타자로 내보내 출루를 강조하면 장점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염 감독은 고종욱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로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을 꼽았다. 그는 "손아섭 역시 적극적인 유형의 타자다. 경험을 쌓으면서 출루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라며 "아직까지 종욱이는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다면 (낮은 출루율이라는) 약점까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염 감독의 말처럼 고종욱의 장점과 단점은 뚜렷하다. 맞히는 능력은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지만 워낙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탓에 출루율은 높지 않다. 통산 타율이 .306인 반면 통산 출루율은 .344에 그치고 있다. 통산 840개의 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360개만 얻었다.

고종욱을 마음 편히 2번 타자로 내세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김강민의 맹활약도 있다. 김강민은 시즌 초부터 꾸준히 활약하며 타율 .351 2홈런 13타점 4도루 12득점을 기록 중이다.

리드오프로 내세워도, 중심타선에 배치해도 제 몫을 하고 있어 고종욱을 '어쩔 수 없이' 1번 타자로 내보내는 상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덕분에 고종욱 역시 자신에게 맞는 옷인 2번 타자 자리에서 마음껏 타격을 하고 있다.

여기에 노수광까지 1군에 복귀한 뒤 제 몫을 해낸다면 SK 벤치는 상대 선발 등 상황에 따라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타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 고종욱.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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