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분노의 발길질, 돔구장에 발자취 남기다' [한혁승의 포토어택]

[마이데일리 = 한혁승 기자] 10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KBO 리그 KT-키움 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키움이 4-2로 승리하며 3연승을 기록했다.

KT 황재균은 이날 경기에서 6번 타자로 출전했다. 전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황재균. 첫 타석과 두번째 타석에 뜬공을 기록하고 세번째 타석 7회초 1사 2루 땅볼 아웃을 기록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황재균은 화를 참지 못했다.

▲ 네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며 헬멧을 던지는 황재균.

타석에서 물러난 황재균은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입구 벽에 손을 짚고 철문에 수차례 뒷발질을 했다. 그 소리에 3루쪽 사진기자들이 모두 뒤돌아 볼 정도로 쿵쿵거리는 발길질 소리는 한참 이어졌다.

철문을 확인했다. 역시 철문에는 황재균의 스파이크 뒷발질에 고스란히 자국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었다. 네번째 타석인 8회초 2사 1-2루 삼진 아웃을 당하고 황재균은 화를 참지 못하고 헬멧을 던졌고 바로 수비에 들어갔다. 8회말 수비를 마친 황재균은 또다시 철문에 뒷발질하며 더그아웃을 나갔다.

▲ 원정팀 라커룸 앞 철문 또한 허리 높이에 타격 흔적이 이미 남아 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개장한 돔구장을 내부를 둘러보면 이곳 저곳 선수들의 화풀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원정팀 라커룸 앞 철문 또한 황재균의 뒷발질과 같은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다른점이 있다면 허리 높이라 발길질이 아닌 야구 배트에 의한 흔적으로 의심된다.

▲홈팀 더그아웃 뒷편에 설치된 샌드백.

홈팀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홈팀 더그아웃에는 권투 체육관에서나 볼 수 있는 샌드백이 쇠사슬로 단단히 설치되 있다. 이유는 선수들의 화풀이 배트 스윙에 더그아웃 뒷편의 벽이 남아나지 않아서 설치된 것이다. 벽 대신 샌드백을 쳐서 화풀이 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화가 났을때는 화를 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하지만 그 화풀이 대상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되는 경기장이다. 화가나면 자신의 배트를 바닥에 내리쳐 부러뜨리는 선수들도 있고 글러브를 던지는 선수들도 있다. 배트와 글러브는 선수들이 자비로 구입한다.

문을 철로 만든건 화풀이해도 부서지지 말라고 만든게 아닌 화재가 났을때 화염으로 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튼튼한 철로 만든 것이다. 누구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 기물을 부수며 화를 풀지는 않는다. 야구 선수의 직장은 야구장이고 그 야구장은 야구팬 혹은 야구팬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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