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없지만 괜찮다”던 두산 페르난데스, 마침내 홈런 폭발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장타가 없지만,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괜찮다.” 두산 신입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 대한 김태형 감독의 평가였다. 첫 홈런이 나오기 직전의 평가였던 것을 감안하면, 경기가 끝난 후 만족도는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페르난데스가 마침내 대포를 쏘아 올렸다. 페르난데스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홈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두산의 5-4 승리에 기여했다. 두산은 6연승을 질주, 단독 선두를 지켰다. 페르난데스의 홈런은 개인 1호, 3안타는 2호 기록이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며 예열을 마친 페르난데스는 두산이 1-0 근소한 리드를 이어가고 있던 5회말 1사 1루서 3번째 타석을 맞았다. 상대는 윌리엄 쿠에바스. 페르난데스는 볼카운트 3-1에서 바깥쪽 코스로 향한 쿠에바스의 5구(슬라이더, 구속 134km)를 노렸고, 이는 비거리 110m 우월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페르난데스가 달아나는 투런홈런을 쏘아 올려 기세가 오른 두산은 곧바로 나온 박건우의 백투백홈런을 더해 단숨에 격차를 4점으로 벌렸다. KT의 추격권에서 달아난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의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묶어 6연승을 질주했다.

닉 에반스가 뛰었던 2016~2017시즌에 외국인타자 걱정 없이 시즌을 치렀던 두산은 지난 시즌 골머리를 앓았다. 지미 파레디스가 21경기 타율 .138 1홈런 4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며 퇴출됐고,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스캇 반 슬라이크 역시 씁쓸함만 남겼다. 12경기 타율 .128 1홈런 4타점에 머문 것.

대체외국선수로 합류했던 반 슬라이크 역시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두산은 일찌감치 반 슬라이크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고, 외국인타자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 요인을 외국인타자 부재만으로 돌릴 순 없지만, 두산이 타선을 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리즈를 치렀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올 시즌은 두산이 지난 시즌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신입 외국인타자 페르난데스는 정교한 컨택능력을 바탕으로 6번과 2번을 오가며 팀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은 없었지만, 타율 .389(36타수 14안타) 10타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남겼다. 또한 5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었고, 이 가운데 4차례가 멀티히트였다.

김태형 감독은 4일 KT전에 앞서 페르난데스에 대해 “장타가 없지만,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괜찮다. 컨택능력이 좋아서 웬만한 공은 다 (배트가)따라 나간다. 스스로도 컨택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물론 김태형 감독이 언급한 ‘장타’는 사전적 의미보단 홈런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페르난데스는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2루타를 4개 만들어냈다. 지난달 2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치른 개막전에서 첫 2루타를 때렸고, KT를 상대로 치른 최근 2경기에서 3개의 2루타를 만들어내는 등 점차 장타력도 끌어올리고 있었다. 홈런은 없지만, 꾸준한 타격감으로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것.

그리고 KT를 상대로 치른 홈 3연전의 마지막 날. 고대하던 페르난데스의 대포가 나왔다. 한동안 에반스를 그리워했던 두산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한 방이었다. “장타 없지만 괜찮다”라고 했던 김태형 감독의 페르난데스에 대한 만족도도 한층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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