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19] KBS '6시 내 고향' 시골버스 활기 넘치는 현장

고향을 만날 수 있는 참 좋은 ‘6시 내 고향’

‘김종원의 축제이야기’가 벌써 19회째를 달린다. 그 동안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역축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좀 색다른 현장을 탐색해보려고 한다. 방송은 우리 시대를 담는 커다란 그릇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의 모습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축제장이자 치열한 삶의 현장. 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시사프로그램이 치열한 삶의 현장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예능과 교양프로그램은 맞춤 축제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공중파와 지상파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데 ‘김종원의 축제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는 프로그램은 농촌을 소재로 한 , 농촌 어르신들이 주인공인 KBS 1TV ‘6시 내 고향’이 아닐까 싶다.

불과 한 4, 50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는 도시보다는 농촌이 더 익숙했다. 농촌을 경험하고 자란 중년 세대 이상을 1세대하라고 한다면 2세대는 농촌을 잘 모르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1세대들이 세상을 뜨고 나면 2세대들은 TV프로그램 ‘6시 내 고향’을 통해서 농촌을 간접경험 하게 될 터! 그래서 ‘6시 내 고향’이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세월이 흘러 우리 삶이 180도로 달라진다 해도 이런 프로그램이 짱짱하게 살아 있어야 지역축제도 활기를 띌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농어촌 프로그램인 6시 내 고향(김형주 팀장)은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해 28년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당시 평일 오전에 방송된 농어촌 프로그램을 오후 시간대로 옮겨 확대한 것으로 초기 기획 의도는 고향을 떠나 온 이들의 향수를 달래는 데 있었다. 지금은 도시인들의 각박한 삶에 큰 위안을 주고 고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줘 농어촌과 도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시의적절한 영농정보와 유통정보를 제공해서 농어민들의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본다.

‘6시 내 고향’ 주인공은 우리 모두

지역축제 기반이 대부분 농어촌과 전통인 점을 감안하면 KBS 1TV ‘6시 내 고향’은 지역축제를 흥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6시 내 고향'의 주인공이 우리 모두라는 사실.

윤인구 아나운서와 가애란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있는 KBS 1TV ‘6시내 고향’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책임프로듀서 김형주 팀장도, 진행하는 아나운서도 아닌 주인공은 이 프로그램을 바로 농어촌에 뿌리를 내리고 계신 분들이다. 그리고 농어촌으로 들어간 귀농인과 고향을 찾아온 이들도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되는 ‘6시내고향’은 요일별로 다양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살아 있는 활어처럼 각각의 코너가 생기가 도는 건 리포터들의 역량도 한몫을 하지만 출연자의 영향이 더 크다. 리포터를 뺨치게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만능 엔터테이너 대부분이 흙을 일구는 농삿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부. 전통시장을 지켜온 상인들. 어디서 그렇게 활화산 같은 에너지가 솟는지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왕 ‘6시내고향’ 얘기를 꺼낸 김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는 코너를 살펴보고 싶다. 월요일 코너 ‘청년회장이 간다’는 농촌의 속살을 오롯이 보여준다. 우리 마을 부탁해요~~ 라고 SOS를 청한 곳을 개그맨 김용명이 머리 띠 질끈 매고 찾아가 시키면 시킨대로 다해낸다. 고군분투하며 시킨 일을 해내는 리포터를 통해 농삿일이 얼마나 힘든지, 고기 잡는 일이 또 얼마나 고된지 알게 된다. 간접 체험을 하면서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어쩌면 ‘6시내고향’ 김형주 팀장도 방송의 목적이 바로 이런데 있다는 것을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닐지..화요일 방송되는 ‘세프의 선물’도 그 가치가 무한하다. 세프는 단지 거들어 줄뿐, 식재료를 길러낸 이들이 진정한 요리사라는 것을 말해준다. 전국 고향자랑, 수요일엔 수산물, 발길 따라 고향기행, 섬섬옥수, 김종하의 어서와 우리 시장 등 ‘6시 내 고향’이 가는 곳은 그 모두가 생생한 축제 현장이다.

애잔한 정한(情恨)과 신명이 공존하는 시골버스

앞에서 언급했듯 ‘6시 내 고향’은 다양한 코너를 탑재하고 있다. 관록 있는 리포터들이 온몸을 바쳐 뛰고 있어 어느 한 코너를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기가 머쓱하기도 하지만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코너가 또 다른 지역축제 무대라는 생각에 잠깐 시골 버스에 승차해보려고 한다.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코너는 2009년 버스안내양 컨셉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가수이자 방송인 김정연이 1970년대 버스 안내양 유니폼을 입고 농촌 군내(郡內)버스에 올라 승객의 사연을 들어보는 형식으로 시골버스와 터미널을 연계해서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주요 컨셉! 첫 시골 버스는 경상북도 성주군 군내버스였다. 대본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리얼 프로다 보니 리포터의 내공이 요구되는 프로이기도 했다.

가수 김정연이 첫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지금까지 안내양을 하고 있어 그녀의 또 다른 별명이 ‘국민 안내양’이다. 가수 김정연은 “도시 버스처럼 정류장 마다 승객들이 타고 내릴 것이라 여겼는데, 터미널에서 버스를 탄후 노선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당황스러웠다. 방송 프로그램은 만들어야 하고 카메라에 담을 사람은 없고 해서 1박2일 동안 버스를 탔다. 거의 굶다시피 하면서 방송 촬영을 마쳤는데 그 때 비로소 배고픈 심정을 알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이렇게 해서 출발한 시골버스는 지난 10여년 동안 숱한 이야기를 담아냈고, 앞으로 가슴 찡하면서도 넉넉한 울림을 주는 사연을 실어 나를 것이라고 본다. 촌스러운 콘셉트의 안내양복을 입고 국민 안내양이 시골 버스에 오르면 어르신들이 모두 반색을 하면서 손을 잡아준다. 그러면서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안은 금새 노래잔치와 토크 콘서트 장으로 변한다. 좁은 버스 안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펼쳐져 짧지만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축제 총감독 김종원이 추구하는 지역축제 풍경은 국민안내양이 탑승한 시골버스 안이다.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 눈물과 한숨을 쏟아낸 후 힐링의 감동을 안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지역축제의 가성비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역축제 총감독으로 뛴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올 해 10월은 ‘2019 관악강감찬축제’를 총괄하게 된다. 공개 공모를 통해 이미 위촉장을 받은 상태인데 날줄은 강감찬 장군이 살았던 역사이야기를, 씨줄은 오늘 펼쳐지는 우리의 이야기로 세상에 없는 축제로 만들 각오다. 그러다보니 많은 고민이 밀려오는데 KBS 1TV ‘6시 내고향’을 보면서 꿀팁을 많이 얻는다.

‘6시 내 고향’ 온고지신의 모델이 되길

옛날에는 10년이면 변했던 강산이 요즘은 불과 1~2년 사이에 변한다. 한 두해 사이에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되고 보니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전통도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또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옛 것에서 새로움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낡은 것이라 방치했던 생활 문화 속에서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되는데 많은 지식인들이 지금이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이 필요한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시대에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꼽으라고 한다면 농촌을 모르는 신세대들도 <6시내고향>을 꼽을 것 같다. 시골 마을이 든든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동네어귀에 아름드리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할아버지...그 윗 세대까지 모두 지켜온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 허전함을 말할 것이 없다. ‘6시내고향’은 고향 마을을 지키는 터주대감 아름드리 나무다. 지역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전해져야 우리 문화가 풍성해지는데 나는 그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축제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지역축제가 낯선 풍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6시내고향’ 같은 농촌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나 시청자 곁을 파고들어야 한다.

필자 소개

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는 지역축제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외 많은 상(賞)을 수상했다. 또한 지역 축제 총감독 으로 ‘마포나루새우젓축제’ 함양산삼축제‘양구배꼽축제’ ‘지리산함양 곶감축제’ ‘남해 보물섬 마늘 축제’등 대한민국 축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

‘2019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공개모집에 최종 선발되어 축제를 총괄 진행하고 있다.

- (現)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 제이스토리미디어 대표

- (現) 파주시 정책자문위원 (경제문화분과)

-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수상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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