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서 통합우승 사령탑으로, 안덕수의 반전 농구인생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반전 농구인생이다.

KB 안덕수 감독은 선수 시절 철저히 무명이었다. 일본에서 고교, 대학까지 졸업했고, KBL 초창기 시절 선수생활을 했다. 그러나 수원 삼성에서 2000년까지 뛴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여자실업팀 샹송화장품 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그 사이 국내에서 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으로 행정 경험까지 쌓았다.

그랬던 그가 2016-2017시즌 WKBL KB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KB는 서동철 감독(현 KBL KT 사령탑)과 재계약을 맺지 못했고, 대안으로 안 감독을 택했다. 프로 지휘봉까지 잡았으나 선수생활처럼 순탄치 않았다. 초반에는 주전 혹사논란에 시달렸고, 전략 전술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2017년 1월 특급신인 박지수를 뽑고 큰 절을 올렸다. 박지수를 등에 업고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으나 삼성생명에 막혀 챔피언결정전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작년에는 특급 외국센터 다미리스 단타스와 함께했으나 우리은행 왕조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박지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선의 공수를 강화하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FA 염윤아를 영입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까지도 KB의 경기력은 매끄럽지 않았다. 염윤아, 강아정, 심성영의 역할분담이 불분명했고, 박지수마저 WNBA, 긴 대표팀 일정 등으로 정상 몸 상태가 아니었다.

당연히 안 감독의 지도력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의 3라운드 맞대결부터 7라운드까지 5경기를 잇따라 이기면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6~7라운드서는 사실상 힘싸움에서 우리은행을 압도했다.

심성영을 스팟업 슈터로 활용했고, 염윤아와 강아정이 박지수와 2대2를 하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 체력이 올라온 박지수에게 더 적극적으로 포스트업을 주문했다. 박지수는 WNBA서 수비폭이 넓어지며 더욱 강력해졌다. 포워드 출신 염윤아의 수비력도 좋다. 안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스위치디펜스를 적극 활용했다.

챔피언결정전서도 안 감독이 준비를 많이 한 게 드러났다. 1차전 시작과 함께 탑에서 터진 강아정의 3점슛은 '엘리베이터 도어 스크린'(드리블러의 수비자를 2명의 동료가 마치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 듯한 모양으로 벽을 쌓는 것. 수비수가 슛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다)이 제대로 걸린 결과물이었다.

3차전서도 초반 주도권을 내주자 기습적인 존 프레스 트랩 프레스를 사용, 삼성생명을 당황시키며 흐름을 바꿨다. 기본적으로 긴 시즌을 치르며 많이 이겨본 선수들의 위기관리능력 향상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벤치와의 좋은 호흡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안 감독의 역할분담과 전략, 전술의 조정으로 KB는 정규시즌 중반 이후 1강다운 면모를 갖췄다. 그리고 우리은행을 완벽히 눌렀고, 2006년 이후 13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컵을 들었다. 당연히 안 감독의 지도력도 인정 받아야 한다.

결국 KB는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까지 완벽하게 치렀다. 비록 삼성생명이 우리은행과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르느라 체력적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안 감독은 긴장을 풀지 않고 1~3차전 내내 삼성생명을 몰아쳤다. 선수기용폭을 좁혔고, 박지수와 쏜튼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그렇게 안 감독이 무명에서 통합우승 사령탑에 올랐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KB의 통합우승을 이끈 감독이 됐다. 기본적으로 멤버구성이 역대 최강이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안 감독 역시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안 감독 역시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했고, 좋은 감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2019년 3월25일. 안 감독 농구인생의 반전드라마가 쓰여진 하루다.

[안덕수 감독. 사진 = 용인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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