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폐지가 답이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가족 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KBS2 TV '1박2일'이 휴방에 들어간 가운데 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1일 SBS 뉴스로 보도된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가 논란이 된 뒤 대중의 질타가 이어졌다.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준영의 구속 여부는 내일(21일) 판가름 난다. 사건이 불거질 당시 정준영은 해외에서 타매체의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중이었다. 소식을 접한 정준영은 이튿날 급거 귀국했지만 출국 금지 조치를 당했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준영이 논란에 휩싸이자 '1박2일' 측은 지난 15일 휴방 및 제작 중단에 들어갔다. 17일로 예정됐던 579회 전남 고흥 촬영 분량은 방송되지 못했다. 정준영이 논란이 될 당시에는 '1박2일'측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대부분의 예상은 정준영 출연 분량의 '통편집'정도였다.

하지만 '1박2일'측은 15일 휴방 및 제작 중단 조치라는 예상 밖의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다음날 KBS1 9뉴스에서 차태현-김준호의 '내기 골프 논란'이 불거졌다. 뉴스의 소스는 정준영의 단체 카톡방이었다.

16일 방송된 'KBS 뉴스9'는 "경찰이 확보한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통해 '1박 2일' 차태현과 김준호가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친 정황이 드러났다. '1박 2일' 단체 채팅방에서 두 사람이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땄다고 자랑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다. 이 대화방에는 당시 담당 PD도 참여하고 있어 저희 제작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차태현은 '신고하면 쇠고랑'이라며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임을 아는 듯한 말도 남겼다. 내기 골프를 친 곳은 태국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기 골프도 금액이 크고 상습적일 경우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런 정황으로 볼때 '1박2일' 측은 차태현 및 김준호와 관련된 '내기 골프'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같은 방송사 메인 뉴스가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 관련 단독 보도를 앞두고 제작진 측에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을 것이다.

저간의 사정으로 볼때 '1박2일' 측은 정준영 외에 차태현과 김준호가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인턴' 이용진을 포함 7명의 멤버 중에 3명이 대중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통편집'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방송이 불가능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은 차태현이 정준영 카톡 단체방으로 촉발된 검은 폭풍속에 '내기 골프'에 연루돼 '방송 자진 하차'라는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반응도 많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차태현은 5만원권 지폐가 포함된 사진을 올렸고, 더블어 "신고하면 쇠고랑감인데"라는 멘트도 던졌다. 그렇다면 내기골프를 친 차태현은 범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1박2일' 측은 15일 휴방및 제작 중단의 이유를 "기존 2회 분량 촬영분에서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을 완전 삭제해 편집한 후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방송 중단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1박2일'측이 이런 입장을 발표할 때만 해도 진정성을 믿었다. 그런데 다음날 나온 뉴스를 보면 '1박2일'측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과연 KBS 뉴스가 나오기 전에 '1박2일'측은 '내기 골프' 사실을 몰랐을까.

지난 2013년 12월 첫 방송 이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요 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아 온 '1박2일'이 너무도 허망한 이유로 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 = KBS 제공]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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